[쿠키 사회]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사퇴까지 불러온 ‘고위층 성접대 사건’에 마약류인 로라제팜이 사용된 정황이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22일 “사건 당사자 여성의 차량에서 노란 알약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 알약은 경찰의 수사 당시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모(51)씨가 별장을 드나들 때 사용한 차량에서 발견된 것으로, 마약류로 분류되는 신경안제 성분인 ‘로라제팜’의 일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접대 당사자들이 마약을 복용하고 성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한편 사회 지도층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김학의 법무부 차관 외에 접대를 받았다고 거론되는 유력인사 10여명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를 확인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형사처벌에 필요한 성접대의 대가성을 밝히기 위해 윤씨와 관련된 과거 고소·고발 사건의 진행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윤씨는 2000년 이후 사기·횡령·간통·사문서 위조 등 20여차례 입건됐지만 한번도 처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철청 관계자는 22일 “범죄 관련성이 있는지 다른 유력인사들도 확인하고 있다. 성접대 관련 여성의 진술은 2~3명 확보했다”며 “청탁, 로비 등 윤씨의 불법행위 정황과 각종 고소·고발 사건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거론되는 인사는 전·현직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경찰간부와 대학병원장 등 10여명이다. 이 관계자는 “강원도에 연고가 있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했다.
사의를 밝힌 김 차관에 대해선 “아직 (동영상 속 인물로) 최종 특정된 단계는 아니다. 특정되더라도 동영상에 나왔다고 소환할 순 없다. (소환 여부는) 대가성이 충분히 검증된 뒤에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 여성에게 확보한 2~3분짜리 ‘성접대 동영상’의 화질이 선명하지 않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확인하는 성문(聲紋) 분석도 하고 있다. 강원 원주시에 있는 윤씨의 별장에 수사관을 보내 동영상에 나오는 장소가 맞는지도 확인 중이다. 21일 1차 현장 조사에선 별장이 잠겨 있고 관리인도 없어 내부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접대 과정에서 마약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복용했는지도 수사선상에 놓여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가 타고 다니던 차에서 노란색 알약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수사관이 추가로 투입됐다. 출국금지를 한 3명 중에 마약업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씨가 이 업자에게서 마약을 구해 성접대 장소에서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성접대 대가성 수사의 주요 타깃 중 하나는 윤씨가 공동대표로 있던 건설사가 최근 대학병원 인테리어 공사나 경찰 체육시설 공사를 수주한 배경이다. 경찰은 공사 수주 및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성접대가 이뤄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