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CT, MRI 등 사용… 국민건강 누가 책임

한의사 CT, MRI 등 사용… 국민건강 누가 책임

기사승인 2013-03-27 08:15:01
의사협회 노환규 회장 “국회의원 발의에 의사로서 자괴감 든다” 토로



[쿠키 건강] 한의사에게 CT, MRI 등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전면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돼 의료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이에 대해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노 회장은 26일 개최된 대한의학회 정기총회에서 축사를 통해 최근 자신을 좌절에 빠트린 사건이 있었다며 지난 주 2만 한의사들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전면 허용하는 한의약 단독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요즘 한의사들의 사정이 너무 어려워 이런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국민건강을 위하는 의료인의 입장에서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단순한 감기약 신약을 개발하려고 해도 환자 안전을 위해 약 10년에서 15년의 개발기간과 약 1조원의 막대한 개발 비용이 드는데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전면 허용한다면 국민생명이 위태롭지 않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악법이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를 통해 발의됐다는 것에 의사의 한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대한민국 의료의 전문성이 이렇게까지 인정을 못 받고 있고 우리나라 의료계의 사회적 위치가 이렇게 밖에 되지 않는다는 자괴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 회장은 반드시 이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막기까지 큰 갈등비용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또 한 차례 대규모 혼란과 소모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번 일은 언젠가 의료인들이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며 그동안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논거를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 노력이 부족했다고 시인했다.

이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가 참으로 많다”라며 “언젠가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하고 적극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학문적 발전도 중요하지만 의료가 더 이상 퇴보하지 않도록 제도에 적극적 관심을 갖고 힘을 합쳐 이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점점 악화돼가는 의료제도들이 의료현장에서의 의학적 가치를 훼손시키고 있다며 최근 김해에서 한 병원장이 간호조무사와 의료기업체 직원들에게 수술을 맡겨 1년 동안 100억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불법수술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대학에서 심장수술을 배운 의사가 수련을 마치고 개원을 하면 얼굴의 점을 빼고, 정형외과 의사가 지방흡입을 하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라며 “대형병원은 대형병원대로, 개인의원은 개인의원대로 의학의 가치를 점점 잃어가면서 고통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현실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해결할 논의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그는 앞으로 의협과 의학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금의 의학적 가치훼손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함께 적극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 회장은 지난 해 의협 회장으로 취임 직후 열린 대한의학회 총회에 참석한 지 꼭 1년만에 오늘 이 자리에 다시 참석하는 것이라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대한의학회가 날로 어려워지는 의료환경 속에서도 의료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그동안의 업적을 치하했다.

노 회장은 같은 날 개최하는 부산시의사회 정기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떠나야 한다며 참석한 대한의학회 회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축사를 마친 뒤 곧장 떠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포뉴스 배준열 기자 jun@medifonews.com
이영수 기자
jun@medifo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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