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늦으면 1시간 시급 안 줘요”… 그래서 더 슬픈 청소년 알바

“1분 늦으면 1시간 시급 안 줘요”… 그래서 더 슬픈 청소년 알바

기사승인 2013-05-18 0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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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아르바이트(알바)를 하는 청소년은 푸대접을 받는다. 같은 일을 하고도 한두 살 많은 성인보다 적은 돈을 받기 일쑤다. 최저임금이라도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나이가 조금 어리다는 이유로 근로조건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계약서를 쓰는 일도 거의 없다. 주말이나 야간 근무에 대한 추가 수당도 잘 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도 수많은 청소년이 알바에 몰리고 있다. 알바를 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실제로 생활이 어려워서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청소년은 집에서 받는 용돈 이외에 추가로 돈을 쓸 곳이 있다는 이유로 알바에 뛰어든다. 이들은 당장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가 안 되려면 옷도 사야 하고 화장도 해야 한다고 한다. 친구들 생일을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주말에 2박3일로 여행을 가려 해도 돈이 필요하다. 심지어 집에서 반대하는 성형을 강행하기 위해 알바를 하는 경우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15∼19세의 청소년 인구는 329만8000명으로 2011년 말(334만8000명)보다 5만명 감소했다. 하지만 소득이 있는 청소년의 수는 22만7000명에서 23만1000명으로 4000명 증가했다. 그만큼 취업 청소년이 늘었다는 얘기다.

어른들도 지나치게 소비적이거나 탈선을 위한 비용을 벌기 위해 알바를 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학업과 함께 일을 하고 돈을 벌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반응이 많다. 최근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20세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0.1%가 ‘청소년도 아르바이트를 해보는 게 좋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돈의 가치, 경제관념을 배울 수 있어서’가 1위로 꼽혔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김선자(45·여)씨는 “학업에 방해를 줄 만큼 일을 한다면 반대하겠지만 한 번쯤 돈을 벌어보고 돈의 소중함을 아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소년이 제대로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게 문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 7일부터 2월 29일까지 청소년을 고용한 919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노동관계법 위반여부 감독을 실시한 결과 85.8%가 법을 위반하고 있었다. 위반 건수로는 무려 2756건에 달했다.

919개 사업장 중 538곳은 근로조건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51곳은 아예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작성해주지도 않았다. 임금문제도 명확하지 않다. 최저임금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곳은 584곳에 달했고, 이 가운데 최저임금을 보장해주지 않은 사업장은 119곳이었다. 137곳은 청소년이 땀 흘려 일한 돈을 제때 주지도 않았다. 이들이 미지급한 돈은 무려 7억6700만원이었다.

지난 3월 말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에서 청소년 영상제작모임(Make Invent Create) 주최로 열린 ‘청소년 아르바이트 바로 알기’ 토론회에서는 알바를 하는 청소년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1분 늦었다는 이유로 1시간 시급을 못 받았다”, “대학생과 같은 일을 했는데 청소년이어서 시급을 적게 받았다” 등 각종 불만이 터져 나왔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구제신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청소년의 직접신고로 인한 피해구제율은 전체 피해의 약 2.6%밖에 되지 않았다. 청소년은 임금을 제때 못 받거나, 폭력을 당하더라도 경험이 없어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학기 중일 경우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이어지는 학교 수업 때문에 노동부에 신고할 짬을 내기도 어렵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반 사업장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자 잘못된 길로 빠지는 청소년도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청소년 알바’ 사이트에는 ‘키스 알바’, ‘성관계 알바’ 등을 하겠다고 나서는 청소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겨울방학 내내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했다는 전모(18)양은 “제대로 돈도 안 주고 함부로 대하는 곳에서 힘들게 알바를 하는 친구들 중에는 차라리 키스 알바나 하자는 얘기도 있다”고 털어놨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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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samu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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