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산부인과 교수들 “포괄수가제 강행, 복강경수술 중단”

전국 산부인과 교수들 “포괄수가제 강행, 복강경수술 중단”

기사승인 2013-06-05 07: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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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 모여 포괄수가제 확대 중단 촉구



[쿠키 건강] “포괄수가제 강제적용을 중단하라! 중단하라!” “산부인과의 암담한 현실을 직시하고, 즉각적인 회생대책을 강구하라! 강구하라!”

정부의 포괄수가제 강행을 저지하기 위해 전국의 산부인과 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복강경 수술 중단이라는 배수진까지 치고 나섰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이하 산부인과학회)는 포괄수가제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전면 확대 시행이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오자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대강당에서 ‘포괄수가제 강행 반대를 위한 전국 의과대학 산부인과학교실 주임교수 기자 간담회’를 4일 오후 5시에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산부인과학회는 정부가 노령화 등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 억제를 이유로, 폐기해야 할 제도이자 의원급에나 적용해야 할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를 대학병원에까지 강제로 실시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10년 동안 분만실의 절반이 문을 닫고 전문의 배출이 3분의 1로 감소할 정도로 고사위기에 빠진 최악의 상황에서 일정액으로 수가를 묶어놓는 포괄수가제 강행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특히 제도 강행시 추가적인 수술 재료를 사용하거나 인력을 투입하기 어려워 중증의 질병이나 난이도가 높은 수술을 기피하게 될 것이기 자명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중증 환자의 진료가 왜곡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결국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새로운 수술 재료와 첨단 수술방법의 연구 및 도입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포괄수가제는 병원급이나 의원급과는 달리 중증의 환자들을 담당하고 학문의 발전을 이루며 꾸준히 신의료 기술을 연구 개발해야 하는 대학병원과는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산부인과학회가 이토록 포괄수가제에 반발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7개 질병군 중에서도 산부인과가 유독 대상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학회에 따르면 산부인과는 포괄수가제의 시행 대상인 7개 질병군 중에서도 유독 대상범위가 넓어 그 타격이 실로 막대하다.

2개 질병군 이라고 하지만, 제왕절개술과 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을 포함하고 있어 이는 사실상 산부인과의 거의 모든 수술이 포괄수가제에 편입된다는 것을 뜻한다. 유독 여성 건강과 관련된 신의료의 발전만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산부인과 교수들은 이미 시범 사업 때부터 여러 문제점들을 정부에게 꾸준하고도 강력하게 설명하며 강제 적용에 반대해 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2011년 11월, 정부가 7개 질병군에 대해 대학병원까지도 예외 없는 포괄수가제 강제 적용안을 발표한 이후에는 더욱 더 강력한 문제 제기와 함께 현실에 맞는 분류체계의 재정비, 합리적 수가 제정과 조정기전의 마련 등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제시해 왔음에도 정부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산부인과학회는 이러한 그 동안의 절실한 요구와 수많은 우려를 뒤로 하고, 정부가 산부인과에만 편중되고 불합리한 포괄수가제를 오는 7월1일 전면적으로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산부인과 교수들은 정부에 대해 ▲중증의 환자들이 많은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에서는 포괄수가제 강제적용을 중단할 것 ▲산부인과의 암담한 현실을 직시하고, 즉각적인 회생대책을 강구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더이상 정부에 이성적 목소리 전달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포괄수가제 전면 확대 시행을 한달 앞두고 결국 이렇게 강경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현실이 매우 서글프다"고 말했다.

산부인과학회는 복강경 수술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나온 이유에 대해서는 복강경 수술이 포괄수가제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포괄수가제 강행 시 복강경 수술 중단이라는 강경책을 들고 나왔지만 응급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가 있다면 복강경 수술 대신 개복 응급수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는 지난 90년대 이후 복강경 수술기법이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며 지금의 수준에 이르러 점차 보급이 늘어나고 과거에는 힘들었던 중증환자까지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80년대에 포괄수가제를 시행했다면 현재처럼 복강경수술 기법이 발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래서 사징성이 큰 복강경수술을 중단할 것이라는 강격책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산부인과 관계자는 “현재 의료가 불안정하고 많은 환자들은 새로운 수술기법을 기대하고 있다. 20~30년 뒤에 어떤 치료법이 나올 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다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 포괄수가제를 시행한다면 20~30년 뒤에 의료기술이 위축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적 입장에서 명백히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문제에 침묵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렇게 부득이 하게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포뉴스 배준열 기자 jun@medifonews.com

이영수 기자
jun@medifo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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