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국정원 선거개입 방송 불방 파행…기자들 “데스크 책임”

MBC, 국정원 선거개입 방송 불방 파행…기자들 “데스크 책임”

기사승인 2013-06-24 14:54:01

[쿠키 사회] 문화방송(MBC) 기자들이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사태 보도를 막은 데스크에 항의하면서 내막을 상세하게 밝혔다.

MBC 시사프로그램 ‘시사매거진 2580’은 23일 저녁 방송에서 이미 예고한 ‘국정원에서 무슨 일이?’편을 방송하지 않았다. 50분짜리로 편성된 이 방송은 3꼭지 중 2꼭지만 방송한 뒤 30여분만에 끝났다.

‘시사매거진 2580’의 취재·카메라 기자들은 24일 이같은 파행 방송의 책임이 프로그램의 데스크를 맡고 있는 시사제작2부 심 모 부장 때문이라고 했다. 21일 새벽 일찌감치 송고된 기사를 데스킹하는 과정에서 심 부장이 “국정원 직원과 민주당이 결탁한 더러운 정치공작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검찰도 믿을 수 없다”고 수정을 지시했다. 애초 기사에는 검찰의 수사결과와 국정원의 반론, 쟁점 별 여야의 주장을 담고 있었다고 한다.

지시를 받은 기자들이 수정하는 과정에서 방송 분량은 처음 13분이던 것이 10분, 6분으로 계속 줄었다. 시사제작국장과 시사제작국 팩트체크 팀장까지 중재에 나서서 8분여 분량으로 재편집한 결과를 제시했지만 끝내 국정원 정치 개입 수사 아이템은 방송되지 못했다.

다음은 이 프로그램 취재진이 밝힌 방송 파행 내막 전문.

시사매거진 2580 ‘국정원 기사’ 부장이 막아 불방, 결국 파행

23일 밤 방송된 ‘시사매거진 2580’에서 “국정원에서 무슨 일이?” 기사가 결국 불방됐다. 2580은 이 기사가 빠진 채 나머지 2개의 기사만으로 파행 방송됐다. 이 같은 불방, 파행의 책임은 전적으로 시사제작2부장 심원택에게 있다.

기사 초안은 21일 새벽에 송고됐다. 기사는 먼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내용을 충실히 전달한 뒤, 수사결과에 대한 국정원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반론, 각 쟁점 별 여야의 주장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심원택 부장은 데스크를 불러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전현직 국정원 직원과 민주당이 결탁한 더러운 정치공작이다. 기자의 시각과 기자의 멘트로 이 부분을 명확히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도 믿을 수 없다. 편향된 검찰이 정치적 의도로 편파 수사를 했으니 그 점을 기자의 시각으로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사를 내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데스크는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에서 기자가 주관적으로 멘트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사에 이미 여야의 인터뷰로 양측 주장이 균형 있게 담겨 있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심 부장은 결국 ‘경찰의 수사 은폐와 조작’ 부분, ‘원세훈 원장의 간부회의 발언’ 부분을 통째로 삭제해 13분 짜리 기사를 6분으로 만든 뒤 이대로 제작하라고 요구했다.

데스크는 이 기사를 수용할 수 없었지만, 다른 많은 요구들을 받아들여 양보했다. “사건의 본질인 민주당 정치공작을 기사의 맨 위로 올리라”는 요구에 따라 기사 순서를 바꿨고, 서울경찰청의 증거 은폐 과정이 담긴 녹취록 부분과 원세훈 원장 지시발언 부분을 대폭 줄였다. 기사 초안에 있던 음성대역 사용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시사제작국장의 지적을 수용해 쓰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6-7차례나 기사를 수정해 10분 짜리 기사를 제출했다. 그러나 심원택 부장은 여전히 “방송할 수 없다”고 버텼다.

보다 못해 시사제작국장과 시사제작국 팩트체크 팀장까지 중재에 나서서 일부 표현을 바꾸고 기사를 줄인 8분 36초짜리 중재안을 냈다. 이 과정에서 심지어 검찰 수사결과 발표문을 그대로 인용한 “은폐” “조작” “허위”라는 표현도 모두 삭제됐지만, 데스크는 파행을 막기 위해 이 안도 수용했다. 그러나 이 중재안마저도 심원택 부장은 혼자 거부했다. “경찰의 증거은폐와 허위발표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부분은 줄이고 줄여 30초 분량에 불과했지만, 이 부분을 삭제해야 한다고 끝까지 고집했다. 이에 시사제작국장은 “이렇게까지 중재했는데도 방송이 안 나가면 부장, 차장 모두 문제가 있다. 불방되면 그대로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불방의 책임은 심원택 부장에게 있다. 끝까지 불방만은 막기 위해 데스크가 노력하고, 국장과 팩트체크 팀장까지 나서서 중재안을 냈지만, 이를 거부하고 불방을 결정한 사람은 심원택 부장이다. 이 와중에 심 부장은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취재기자에게 “편향적인 기자가 쓴 기사는 믿을 수 없다”는 모욕적 발언을 했는가 하면, “지난해 파업에 참여한 기자들은 이런 아이템을 할 자격이 없다. 배후가 누구인지 안다”는 막말까지 했다.

사실 심원택 부장은 국정원 아이템을 선정단계부터 막았다, 4주 전 처음 이 아이템이 제출되자 심 부장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MBC가 다룰 수 없다”는 기자로서 상식 밖의 발언으로 취재를 봉쇄했다. 2580 기자들이 파행만큼은 막기 위해 다른 아이템으로 긴급 대체하고, 총회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하던 중 무슨 이유에선지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면서 취재를 허가했다. 그러더니 정작 기사가 작성되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 개인의 편향된 주관을 담을 것을 강요한 것이다.

심 부장의 이런 전횡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상식 밖의 폭언과 독선, 극히 편향적인 주관으로 기사를 왜곡해 데스크, 기자들과 마찰을 빚어 왔다. 2580 기자들은 심원택 부장과 함께 일할 수 없다. 이미 심원택 부장과 차장 이하 기자들 사이에 불신은 극에 달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부장을 교체하든지, 아니면 데스크와 기자들 전원을 교체하는 것이 맞다. 2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온 대한민국 간판 시사프로그램이 최소한의 상식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비상식과 독선으로 회사의 지휘계통을 무시한 심원택 부장을 반드시 교체해줄 것을 요구한다.

2013년 6월 24일

‘시사매거진 2580’ 취재기자·카메라기자 일동(차장 이하)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김지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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