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쌀을 속여…’ 묵은쌀·일반쌀 햅쌀과 친환경쌀로 둔갑시켜

‘농협이 쌀을 속여…’ 묵은쌀·일반쌀 햅쌀과 친환경쌀로 둔갑시켜

기사승인 2013-11-04 17:39:02
[쿠키 사회] 소비자에게 가장 신뢰받는 농협 쌀 1만3500t(180억 상당)이 햅쌀과 친환경쌀로 둔갑된 채 유통·판매되다 경찰에 적발됐다.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4일 햅쌀에 묵은쌀을 섞어 판매한 혐의(양곡관리법 위반 및 사기)로 해남 A 농협 조합장 양모(67)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일반쌀을 햅쌀로 속인 혐의(사기 및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등)로 B 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소장 김모(43)씨 등 4명도 입건했다.

A 농협은 2011년부터 전년도에 판매하고 남은 묵은쌀 2900여t을 처리하기 위해 햅쌀 1만500여t에 2대8의 비율로 혼합한 뒤 햅쌀로 표시해 1만3400t(178억 상당)을 전국 유명 대형마트에 유통시킨 혐의다. 이들은 26개 거래처 160여 곳 판매소에 팔아 24억여 원의 부당이익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B 농협은 최근 1년 6개월 동안 71여t(1억8000만원 상당)의 일반쌀을 친환경쌀로 둔갑시켜 판매해 2400여만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다.

A 농협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미곡종합처리장 시설을 갖추고 매년 400억원 이상의 쌀을 판매하는 곳으로 GOT곡이 들어오는 시기에 농협 전산시스템에서 생산년도를 조작해 묵은쌀을 햇쌀로 전환시켜 출하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묵은쌀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냄새를 희석시키기 위해 햇쌀과 묵은쌀의 비율을 8대2 이내로 섞어 가공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 농협 직원들은 조사과정에서 “대형마트에 납품하기 위한 원료곡 물량을 확보하면서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인해 재고로 남은 원료곡을 정상 판매할 경우 40㎏ 들이 1포대 당 1만원 정도 손해를 봐야 했기 때문에 쌀을 섞어 팔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농협은 일반벼가 수확시기로부터 6개월 이상 시간이 경과하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자연적으로 잔류 농약이 없어지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농협이나 친환경 쌀이라는 말을 소비자들이 쉽게 믿는다는 사실을 악용한 사례”라며 “행정기관에 혐의 사실을 통보하고 농협 전산에서 생산연도와 품종이 변경 처리되는 문제점 등의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둔갑된 쌀의 양은 통계청이 조사한 지난해 성인 1인당 쌀 소비량(69.8㎏)을 기준으로 국내 성인이 이틀 동안, 서울 전체인구가 1주일간 소비할 수 있는 양”이라고 덧붙였다.

무안=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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