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삼성방재硏 심규철 센터장, 최영화 수석연구원
[쿠키 경제] 세계적으로 대규모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고 지진,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가 점차 대형화, 다양화되면서 방재연구와 예보시스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8일 필리핀에서 발생한 슈퍼태풍 하이엔은 최대 시속 379㎞의 강풍과 6m 높이의 해일까지 동반해 이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약 965만여명이 피해를 입었고 교통, 도로기반 시설, 가옥 등 15조원의 경제적 피해를 안겼다. 만약 체계적인 방재기술과 예보시스템이 있었다면 피해를 좀더 줄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심규철(48·사진) 삼성방재연구소 기후변화환경센터장은 “자연재해 발생을 물리적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미리 사회기반시설을 안전하게 하고 예방업무를 보다 철저히 한다면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 센터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제 방재연구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부분이 됐다. 특히 최근에는 국가적인 방재기관보다 더 전문화된 민간 방재연구소가 그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방재활동을 통한 사회적 책임의 공익정신을 바탕으로 1979년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방재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 태풍, 풍수, 홍수, 지진 등 자연재해와 건설, 소방 등 각종 재난사고와 관련된 45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심 센터장은 “최근에는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위험요소들을 미리 예측하고 분석해 개선을 위한 컨설팅 및 자문을 하는 등 고객 기업 사업장은 물론 일반에게도 도움을 주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태풍, 지진, 해일 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해마다 강력한 태풍과 홍수로 침수피해를 당하고 있고 지진과 해일도 빈번하게 찾아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하거나 준비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우리나라 사회기반시설은 굉장히 훌륭한 편입니다. 보통 태풍, 홍수에 관한 사회기반시설은 하천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하천 대부분이 200년 빈도 홍수량에도 안전하게 배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선진국과 비교해도 절대 뒤쳐지지 않는 수준이죠. 그러나 갈수록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의 규모가 대형화 되어지고 있어, 이부분에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화재예방도 중요하지만 사후 대책이 더 중요”
여름철 태풍, 홍수뿐만 아니라 겨울철 화재예방에도 삼성방재연구소는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다. 다중이용업소 화재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직접 노래방 화재사고를 재연하는 등 화재예방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영화(42·사진) 삼성방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화재발생건수와 피해액을 보면 점점 사계절이 모두 비슷해지고 있다. 겨울철뿐만 아니라 언제나 화재예방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경고했다.
“도심 밀집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고 가정에서 쓰는 가전제품의 종류와 기능이 더욱 다양해지면서 부주의에 의한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부주의는 계절에 상관없이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기 때문에 최근 사계절 모두 화재 발생률이 비슷해지는 추세입니다.”
최 수석연구원은 특히 화재위험성이 큰 다중이용업소는 심각할 정도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아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에 우려의 뜻을 전했다.
“다중이용업소 화재보험이 의무화가 됐는데도 약 50% 정도밖에 가입돼 있지 않습니다. 더 문제인 것은 다중이용업소의 경우 업종 회전율이 빠르기 때문에 관리 감독에 애로사항이 정말 많다는 점입니다. 특히 행정적인 측면에서 개업, 폐업, 휴업 등의 관리를 소방서, 구청, 세무서 등이 나눠서 하다보니 효율적인 관리가 불가능합니다.”
다중이용업소 이외에도 아파트 등 주택화재도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2009년 5월 이후부터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본인이 실화자일 경우 주위로 화재가 번져 피해가 나면 실화자가 모든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최 수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괄적으로 가입하는 보험이 모든 보상을 해주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벽, 바닥 등 골조 복원 외에는 보상해주지 않아 큰 사고를 대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우 월 1만원 정도의 화재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하면 되는데 단독주택 가입률은 1%도 채 안돼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형편없는 가입률이죠. 아예 미국은 화재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으면 주택거래가 안될 정도입니다.”
최 수석은 “최근 화재보험이 여러 위험들을 보장해주는 장기보험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소멸성 보험을 선택해도 화재 배상에는 문제가 없다”며 “화재보험가입은 가정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국 기자 jkkim@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