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日선수에 분풀이” 임수정, 윤형빈 경기에 불쾌?… “지나친 애국심 마케팅” 인터넷에 비판론

“엉뚱한 日선수에 분풀이” 임수정, 윤형빈 경기에 불쾌?… “지나친 애국심 마케팅” 인터넷에 비판론

기사승인 2014-02-10 10:37:00


[쿠키 스포츠] 개그맨 윤형빈(본명 윤성호·34)이 9일 가진 종합격투기 데뷔전에서 일본 선수 타카야 츠쿠다(23)를 맞아 1회 TKO 승리를 거두자 격투기 팬들과 네티즌들이 열광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윤형빈이 임수정 사건을 통쾌하게 설욕했다’는 반응 일색이지만 순수해야 할 격투 경기가 지나친 애국심 마케팅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당사자인 임수정(29)조차 이번 경기가 자신의 사건과 무관하고, 오히려 불쾌했던 오래 전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수정은 전날 윤형빈의 경기가 끝난 이후 10일 오전까지 두문불출하며 언론과 접촉을 피하고 있다.

격투기 관계자들은 임수정이 윤형빈 경기를 전후해 자신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오르고 수없이 많은 기사에서 거론됐는데도 나서지 않는 점을 두고 윤형빈 경기와 자신의 일이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임수정은 2011년 7월 3일 방송된 일본 지상파 TBS의 버라이어티 쇼 ‘불꽃체육회 TV슛 복싱대결2’에서 일본의 남자 개그맨 3명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공격을 당하는 곤욕을 치렀다.

당시 임수정은 국민일보 쿠키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TBS에서 섭외 요청이 왔을 때 다리 부상이 있다고 알리자 TBS는 ‘리얼이 아니라 쇼니까 괜찮다’며 ‘한국의 여성 파이터를 소개하는 자리이니 화려한 기술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고 안심시켰다”며 “그러나 경기가 시작된 뒤 일본 개그맨들이 정색하고 덤벼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여자선수인 임수정 보다 무려 30㎏이나 체중이 더 나가는 일본 코미디언 카스가 토시아키(32)는 정색을 하고 달려들었고 임수정은 경기 시작 8초만에 카스가의 왼발 하이킥에 쓰러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TBS측이 촬영을 중단했지만 격투가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임수정은 촬영을 멈출 수 없었다. 결국 임수정은 일본 개그맨 3명과 성대결을 펼친 끝에 근육 파열 등 전치8주의 상처를 입었고 휠체어를 타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윤형빈은 임수정 사건에 발끈해 격투기 프로입문을 선언했다. 타카야 츠쿠다는 트위터에 “상대가 연예인이라는데 종합격투기를 물로 보는 것 아냐”라고 도발하자, 윤형빈 역시 트위터에 “종합격투기 선수의 꿈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게 된 계기가 이전의 일본 개그맨의 정당하지 못한 태도에 분노를 느꼈기 때문이다. 한동안 있고 있었는데 나이도 한참 어린 일본 선수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그때 그 감정이 되살아났다”고 맞받았다.



겉으로 보면 타캬야 츠쿠다가 먼저 도발한 것처럼 보이지만 타카야 츠쿠다는 이후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윤형빈과 경기를 제의받았을 때 흥행을 위해 연예인을 기용해 나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알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더욱 질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한국 팬들은 내가 한국인을 비하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딱히 한국을 싫어하거나 비하할 마음으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 만약 윤형빈이 미국 개그맨 이었다면 나는 미국 개그맨 따위에게 질수 없다고 말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윤형빈이 임수정 사건을 계기로 격투기에 입문한 것일 뿐이지 타카야 츠쿠다와의 경기는 임수정 사건와 무관한 것이다.

실제 타카야 츠쿠다는 경기를 위해 방한한 이후에도 수차례 한국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 전날 계체량을 체크하는 자리에서 “사랑해요 한국”이라고 외쳤다. 또 경기에 패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인 팬들이 ‘멋진 경기 잘 봤다’고 응원하자 “대한민국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격투가로서 멋진 매너를 보여준 것이다.

사정이 이쯤 되자 인터넷에서는 이번 경기를 지나치게 민족주의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번 경기는 임수정 사건을 복수하는 경기라고 봐선 안 된다”며 “경기 흥행을 위해 임수정을 거론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임수정 사건과 무관한 일본인 선수를 마치 원수처럼 바라보고 그가 다운된 장면을 보며 지나치게 열광하는 것은 격투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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