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여행 가려고 모은 돈… 죽은 남편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

함께 여행 가려고 모은 돈… 죽은 남편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

기사승인 2014-03-27 16:00:01

[쿠키 사회] “남편과 함께 30여년간 열심히 모은 돈입니다. 하지만 남편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서 이젠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게 됐어요. 좋은 일에 내놓고 싶습니다. 하늘나라에 있는 남편도 함께 기뻐하실 거예요.”

김기호(79·여)씨는 27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고인(故人)이 된 남편 이름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남편은 자신의 생일이기도 한 이날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됐다. 아너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 이상 기부한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이다.

김씨는 “남편의 생일에 언제나 남을 돕기 좋아했던 남편의 마음을 기리고 싶었다”며 고 말했다.

2012년 9월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 박찬수씨는 대구 첫 고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전국에서는 8번째다.

대구에 사는 김씨 역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다. 지난 10월 1억원을 기부해 대구 13번째(전국 358번째)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번에 남편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되면서 부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것이다.

김씨의 선행에는 항상 먼저 보낸 남편에 대한 애틋함이 있었다. 남편이 떠난 2012년 크루즈여행을 위해 모았던 돈을 대구시 남구청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지난 2월에는 부부의 이름으로 육사발전기금까지 냈다.

김씨는 “남편은 평소 자가용이나 택시 대신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검소한 분이었다”며 “남편이 살아계실 때 좋은 일 한 것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했는데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도 계속 선행을 이어갈 계획이다. 살아생전 “가장 큰 행복은 나눔에 있다. 처음부터 내 것은 없으며 이웃에게 사랑과 희망을 주는 것이 행복”이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한 남편의 뜻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김씨는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고 남편이 먼저 떠난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했다”며 “우리 부부는 죽기 전 단돈 100원이라도 모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키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예비역 육군 준장인 남편 박씨는 1950년 육군사관학교 10기로 임관했다. 32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예편한 뒤에는 경북 영주시 직업훈련원 기술학교 초대원장으로 부임해 6년간 중화학 분야 근로자를 길러냈다. 당시 만든 장학금은 현재까지도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쓰이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대구=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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