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오늘 중 시신 확인" 실종자 가족 요청에… 총리 "일정 때문에…""

"[세월호 침몰 참사] "오늘 중 시신 확인" 실종자 가족 요청에… 총리 "일정 때문에…""

기사승인 2014-05-02 01:39:00
[쿠키 사회] 그들은 여전히 분노에 차 있었다. 대응이 좀더 빠르고 치밀했다면 한 명이라도 더 살았으리란 믿음은 이미 자녀 시신을 찾아 장례까지 치른 부모들을 다시 전남 진도로 향하게 했다. 화창한 날씨를 뚫고 전해오는 그들의 한(恨)은 날이 서있었다.

“우리 아이 살려내라. 구조 좀 똑바로 해라. 아이 목숨 함부로 하지 말고 구해라.”

사망자 유족들의 외침은 팽목항을 떠나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의 그것과 같았다. 울분은 오히려 짙어졌다. 남은 가족들과 토끼 같은 아들딸을 함께 기다려주지 못했다는 마음에, 먼저 자녀들을 만났다는 미안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며칠 전 자녀들을 떠나보내기 위해 안산으로 올라갔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1일 진도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당초 오전 9시에 버스 4대로 130명 정도가 내려가려 했다. 하지만 아픔을 나누려는 유족이 하나둘 늘어 결국 버스 1대를 더 빌려야 했다. 버스 5대에 나눠 탄 유족은 160명에 달했다. 버스는 이들을 태우느라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출발했다.

오후 4시가 돼서 팽목항에 도착한 유족들은 사고 현장을 바라보고 섰다. ‘아이를 살려내라’ ‘구조 똑바로 해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또 어깨띠를 둘렀다. 그리고 아직도 차디찬 바다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자녀들에게 “빨리 돌아오라”고 응원했다. 유족들은 그렇게 가슴 속에서 토해낸 몇 마디 말로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진도로 돌아온 유족들은 아직도 실종자가 이렇게 많이 남아 있다는 게 너무나 아프고 슬프다고 했다. 침몰 당시 가장 먼저 신고했던 고(故) 최덕하 군의 아버지 성웅(52)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실종 학생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아들딸을 기다리는 가족들과 슬픔을 나누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2학년 4반 유족 대표 김모씨는 “아들 장례를 치르고 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며 “다른 가족들까지 함께해 실종자 가족들에게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보다 앞서 오전 10시30분 진도체육관을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는 정반대였다. “죄송하다”는 말은 있었지만 타들어가는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만져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날 수습된 시신의 조속한 신원 확인을 요구하는 가족들에게 “다른 일정 때문에 어렵다”는 투로 말해 분노를 샀다.

수행원과 함께 진도체육관에 들어선 정 총리는 가족들과 악수부터 나눴다. 정 총리는 이후 단상에서 “여러분 앞에 설 면목도 자신도 없다.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상황을 설명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수색에 또 다른 길이 없는지 전문가 15명 외 총 30명과 논의해 아이디어를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실종자 시신 유실이 가장 걱정된다”며 “유실 방지책으로 3중 막을 쳐놓고 있고, 어제부터 오늘 사이 수협중앙회장, 진도수협장에게 어민(어선)이 모두 동원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족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실종자 가족이 “현장에 다녀왔느냐”고 하자 정 총리는 “다녀오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 “오늘 중으로 수습된 아이들의 시신을 꼭 확인한다고 약속하라”고 했지만 그는 “일정 때문에 오늘 오후 올라가야 해서”라고 답해 가족들의 공분을 샀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진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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