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추돌] 안전시스템 또 먹통, 서울메트로 “우리도 이해할 수 없다”

[지하철 추돌] 안전시스템 또 먹통, 서울메트로 “우리도 이해할 수 없다”

기사승인 2014-05-02 22:51:00

[쿠키 사회]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2일 발생한 열차 추돌 사고는 결국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하철의 특성상 이중, 삼중의 안전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도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총체적인 시스템 마비=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열차자동정지장치(ATS) 등이 작동하지 않았거나 오작동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뒤 열차 간격이 200m 이내로 줄어들면 열차는 자동 정차한다. 또한 이 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 승무원은 육안으로 확인하며 수동 운전하게 된다.

이날 사고가 발생한 구간은 약간의 곡선구간이었다. 하지만 승무원이 통제 못할 만큼은 아니었다는 게 서울메트로의 설명이다. 더구나 승무원이 앞뒤 열차 간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면 종합관제소에서 간격을 떨어뜨릴 것을 해당 열차에 직접 경고하게 된다. 하지만 이날 사고 당시 종합관제소도 앞선 열차의 고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사고는 이러한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들이 모두 작동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다만 사고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차량기지에 사고 열차를 가져가 전문가들의 정밀 진단을 거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매뉴얼에 문제는 없었나=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비상상황 발생 시 역사 내 계단을 통한 승객 대피 등 수시로 인명구조 매뉴얼대로 훈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서울메트로의 형식적인 승무원 철도안전 교육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철도안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철도 운전·관제업무 종사자는 분기당 6시간 이상 철도안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서울메트로도 기관사 등 운전업무 종사자에게 근무시간 외에 안전교육을 실시하면서 교육훈련비를 지급하고 있다. 교육 참가자에게 전자신분증을 태그토록 해 교육시간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서울시 종합감사 결과 서울메트로는 교육을 마치는 실습현장(지하철 운행현장)에는 전자신분증 태그 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교육 담당자의 육안 확인으로만 교육 종료시간을 인정한 후 참가자에게 훈련비를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직후 대피 과정도 문제=서울메트로 사고 직후 승객들에게 승강장으로 대피하도록 방송했다고 밝혔다. 승객이 다 대피한 것을 확인하고 승무원이 나왔다는 게 서울메트로의 설명이다.

하지만 뒷 열차에서는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처음 안내방송에서는 ‘열차 안에 대기하라’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승객들은 열차가 멈춰선 상황에서 탈출 등 향후 행동요령을 지시하는 안내방송은 물론 역무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 승객은 “안내방송은 없었고, 119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일부 열차에서는 기관사나 역무원의 도움 없이 승객들이 직접 문을 열고 대피하기도 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사고 직후 “출발하던 전동차가 뒤에서 받혀서 갑자기 멈춤. 방송 없음. 보다 못한 남자 승객들이 문을 열어 현재 전철에서 사람들 내리는 중”이라는 글을 올렸다.

승객들이 강제로 전동차 문을 열어 대피할 때까지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승객들이 침착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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