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랑 나랑 둘이야?” 훈훈한 달서 3번 버스 안

“아가씨랑 나랑 둘이야?” 훈훈한 달서 3번 버스 안

기사승인 2014-07-25 16:37:55

25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둘러보다 어떤 제목 하나가 눈에 확 띄었습니다.

“지금 이 버스 안에 나하고 아가씨밖에 없어. ㅎㅎㅎ”

깜짝 놀랐습니다. ‘어떤 괴한이 여성 승객을 해코지 한 걸까?’ ‘버스 안에서 또 무슨 범죄가 일어난 걸까?’ 짧은 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재빠르게 클릭하고 들어갔지요.

내용을 찬찬히 살폈습니다. 잠시 허탈한 마음이 들다가 이내 미소가 번지더군요. 글에는 한 장의 사진이 첨부됐는데요. 한 네티즌이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캡처한 것이었습니다. 무슨 내용이냐고요?

“내 지금 교회 가는 버스 안인디 승객은 나뿐! 갑자기 기사 아저씨께서 슈퍼 앞에 버스 세우시더니 아이스크림 사오심.ㅋㅋㅋ”

글에는 이렇게 적혔더군요. 짧은 글에서도 느껴지는 구수한 사투리가 인상적입니다. 글쓴이는 이어 “(기사 아저씨가) 아가씨 취향 몰라서 아무거나 샀다고 (하시며 아이스크림을 사다주셨다)”라며 “별 일이 다 있다. 감사합니다. 달서 3번 아저씨”라고 덧붙였습니다. 웃음을 나타내는 “ㅋㅋㅋ”가 글에 가득하네요. 뜻밖의 이벤트에 매우 신이 난 듯 보는 이까지 즐거워집니다.

글에는 사진 한 장도 첨부됐습니다. 뒷문으로 올라타며 글쓴이가 든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는 기사 아저씨와 아저씨께서 주신 것으로 보이는 콘 아이스크림이 함께 찍혔습니다. 만면에 인자한 미소를 띈 아저씨. 인상이 정말 좋아 보이시네요.

네티즌들도 저와 같은 마음이었나 봅니다. 한 네티즌은 “제목만 보고 버스괴담인 줄 알고 긴장하면서 들어왔다”며 “기사 아저씨 정말 좋은 분이시다”고 안도하더군요. 어떤 이는 “아무거나 사왔다고 하시면서도 나름 핑크색 아이스크림 사오셨다”며 “은근히 세심하신 것 같다”고 적었고요. 다른 네티즌들도 “정말 훈훈하다” “달서 3번이라니 대구인가 보다. 아저씨 너무 귀여우시다” “나까지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며 즐거워했습니다.

아직 세상은 살만하네요. 작은 배려 하나에 참 많은 이들이 행복해집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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