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오두막' 유고시집 남기고 떠난 송재익시인을 아시나요

'내 마음의 오두막' 유고시집 남기고 떠난 송재익시인을 아시나요

기사승인 2014-09-22 00:23:55
학고재 갤러리에 2013년 전시됐던 설치작품 <집>. 사진=국민일보DB

삐걱, 삐거덕/그리움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집 한 채 있다//

세월에 변하지 않는/사랑으로 기둥을 세우고/눈비로 썩지 않는/정으로 서까래를 얹은/그집//

빨갛게 멍든 기도를/마당 한가득 널어놓고/오직 맑은 날이기만을 바라시던/님, 그님//

보고 싶다를 따라가다 보면/잡힐 듯 잡히지 않는/그런 집 한 채 있다//



시집 ‘내 마음의 오두막’에 나오는 송재익의 시다. 송 시인의 첫 시집은 유고시집이다.

21일 장애인 문학계에 따르면 송 시인은 책이 나온 다음날인 지난 2일 세상을 떴다. 송 시인은 결핵성 관절염으로 장애가 점점 심해지면서 평생 통증에 시달리며 살다 시집 한권을 세상에 남겼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요양병원을 전전하면서도 시를 썼다. 투병 중에 불태운 시에 대한 열정으로 그는 지난해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 3회 추천을 받았고 올해 도서출판 솟대에서 시집을 발간하게 돼평생의 소원을 이루게 됐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송 시인은 지난달 15일 중환자실로 옮기면서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뒤 ‘솟대문학에 연락해서 시집이 빨리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고, 그 소식에 솟대문학에서는 서둘러 인쇄를 하였지만 첫시집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송시인은 세상을 떠났다.

딸 슬기(27)씨는 “돌아가시기 전 날 시집이 도착해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고 한편 한편 읽어드렸는데 아버지 모습이 편안해보였다”며 “아버지는 장애와 통증 때문에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았지만 아버지는 시가 있어 외롭지 않았고 시인인 것을 자랑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송시인은 서문에서 ‘무지의 작은 공간을 하염없이 헤매다 시 라는 날개를 달고 이렇게 당신 곁을 찾아왔습니다.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고 삶이 끝나는 날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며 시 때문에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송 시인은 남매를 세상에 두고 떠났다. 부인 없이 두 아이를 키웠지만 고단한 삶 속에서도 시처럼 아름다운 가정을 꾸렸다.


방귀희 솟대문학 발행인은 “지금도 어디서엔가 책을 내고 싶어하는 장애문인이 많을 것”이라고 전제, “송재익 시인처럼 돌아가시기 전에 출간을 해드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며 장애인문학 출판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정창교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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