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1박2일 크루즈 여행, 5분 안에 떠나볼까요? 고고!

[친절한 쿡기자] 1박2일 크루즈 여행, 5분 안에 떠나볼까요? 고고!

기사승인 2014-09-29 15:46:55

살면서 한 번쯤 떠나고 싶은 여행, 어떤 게 있을까요. 좀처럼 기회가 없는 극지나 오지 탐험? 색다른 재미가 있겠지요. 지금 여러분 머릿속엔 어떤 게 떠오르나요.

제가 어릴 적부터 꿈꿨던 건 크루즈 여행이었습니다. TV와 영화에서 종종 나오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롭게 선상파티를 즐기는 사람들. 왠지 낭만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기회가 생겼습니다. 취재를 위해 크루즈 투어에 참가한 겁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해 20여시간 동안 바다를 건너 제주도에 도착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5시쯤 상하이에서 출항한 로열 캐리비언 마리너호를 타고 다음날 오후 3시쯤 제주항에 도착했습니다. 꼬박 하루가 걸렸죠. 짧은 시간에 크루즈 여행을 섭렵할 수는 없었습니다. 수박 겉핥기였다는 말이 맞겠습니다. 다만 흔한 여행이 아니기에 간단하게나마 소개합니다.


길고 긴 탑승절차

터미널에서 수속을 하고 승선카드(sea pass card)를 발급받습니다. 선실 출입키는 물론 선내 지불수단과 신분증의 역할까지 하기 때문에 배에서 꼭 필요한 겁니다. 승선카드를 받아들면 곧바로 꼼꼼한 신분확인 절차가 이어집니다. 수하물부터 시작해 여권과 승선카드 확인을 수차례 요구합니다. 처음 여권확인을 할 때 사진을 찍는데 배 안에 들어가서 간이 사진촬영을 한 번 더 합니다. 미국 국적선인 크루즈 안은 미국 영토로 간주돼 터미널과 선사 측이 승객 신원확인을 각각 하기 때문입니다. 필수적인 절차지만 원활하지 못한 정보공유시스템은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 승객들을 지치게 합니다.


반짝반짝 다른 세상

크루즈에 들어서면 고단함은 눈 녹듯 사라집니다. 일단 어마어마한 규모가 압도합니다. 15층 높이 규모로 3800여명을 태울 수 있는 이 배는 정원을 모두 채우고 출항했습니다.

‘떠다니는 리조트’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화려한 내부는 승객들을 반깁니다. 화려한 장식들로 구석구석이 꾸며져 있고, 조명도 여기저기 요란합니다. TV서나 보던 카지노를 처음 가봤는데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번쩍이는 불빛, ‘딩딩딩’ 울리는 기계소리, 저마다 뿌연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테이블에 모여 앉은 사람들. 이런 데 있으면 정신 놓기 딱 좋겠구나 싶었습니다.


모든 게 다 ‘공짜(free)’

크루즈에서는 기본비용이 미리 계산됩니다. 식비나 엔터테인먼트 시설 이용비 등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언제든 찾을 수 있는 24시간 뷔페식 레스토랑이 운영되고요. 승객마다 지정된 레스토랑, 자리에 앉으면 마음껏 메뉴를 선택하고 식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료나 주류는 추가비용이 부가되니 유의하세요. 일부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비용을 따로 내야하니 확인해야 합니다.

선내 피트니스센터나 스포츠(농구·배구) 코트, 도서관, 아이스링크, 스파 이용도 공짜입니다. 뮤지컬이나 마술쇼 등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요. 크루즈 여행의 꽃인 야외수영장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태풍 풍웡 때문에 구경만 하고 왔지만 한번쯤 혼자 떠나보기 괜찮은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 선뜻 나서긴 어렵습니다. 실제로 크루즈 내에는 연세가 지긋한 중년의 여행객이 많았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크루즈 여행의 인기가 높아졌지만 젊은이들에겐 쉬운 결정이 아닌 것이죠.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의 대졸 초임 실수령액은 평균 7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크루즈 투어 중 제일 저렴한 상품이 70만~80만원대라네요. 경제적 여유가 뒷받침돼야 고려해볼 수 있는 여행이라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크루즈 여행이 활성화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발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동북아 항로의 중심에 있다는 지리적 영향이 큽니다. 실제로 최근 제주항, 부산항, 인천항의 크루즈 입항 횟수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크루즈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진 않을까요.

당장은 힘들어도 버킷리스트에 한 줄 추가하는 건 어렵지 않겠죠? 흔들리는 파도 속에서 속은 좀 울렁입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하죠. 그럼에도 크루즈 여행은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온 몸으로 바다를 느끼며 잠들고 깨는 일,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합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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