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비하인드] ‘국제’ 영화제 맞나요?… 영어 통역자 없어 우왕좌왕 기자회견

[BIFF-비하인드] ‘국제’ 영화제 맞나요?… 영어 통역자 없어 우왕좌왕 기자회견

기사승인 2014-10-06 11:36:55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어느덧 19회를 맞았습니다. 세월만큼 인지도와 평가도 높아졌습니다. 아시아 최대의 영화 축제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그만큼 규모가 커졌고, 축제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4일 있었던 영화 ‘5월의 마중’ 갈라 프레젠테이션 기자회견에선 다소 아쉬운 모습이 보였습니다. 현장엔 한국 취재진, 중국 감독·배우·프로듀서를 고려해 한국-중국어번역이 가능한 통역자가 자리했습니다. 그런데 외신 기자들에 대한 배려는 부족했습니다.

현장에 모인 취재진 중 대다수는 한국인이었고, 중화권에서 온 기자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그 사이 곳곳엔 머리색이 다른 서양권 기자들이 보였습니다. ‘영화제에 대한 해외 관심이 이만큼 높아졌구나’ 뿌듯했죠. 그런데 행사가 진행되면서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회견은 이런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한국 기자가 질문을 하면 통역자가 중국어로 번역을 합니다. 이를 듣고 장예모(장이머우·64) 감독과 배우 장혜문(장후이원·21) 등이 대답하면 통역자는 다시 한국어로 바꿔 전해줍니다. 순조롭게 진행이 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영어를 사용하는 기자가 질문을 시작한 순간 회견장엔 작은 혼란이 일었습니다.

당황한 통역자는 황급히 이어폰을 귀에 꼽았습니다. 오디오 수신기를 통해 누군가 영어 통역을 해주는 듯 했습니다. 다행히 이를 듣고 장 감독에게 중국어로 질문내용을 전달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소 질문과 맞지 않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중으로 번역되며 오해가 생긴 모양입니다. 질문한 기자는 다시 뭐라 얘기하려다 그냥 입을 다물었습니다.

다른 기자도 영어로 질문을 했습니다. 통역과정에선 또 혼선이 빚어졌습니다. 질문의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듯 하자 급기야 장자오 프로듀서가 나섰습니다.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장 프로듀서는 장 감독에게 질문의 취지를 설명하고, 답변에 영어로 첨언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자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영화제 측은 언어 부분에 유독 신경을 썼습니다. 공식 홈페이지는 한국어와 영어 버전을 따로 운영하고 있고요. 안내 책자의 경우에도 영어로 된 설명을 상세하게 실었습니다. 또 모든 기자회견에선 기자들에게 번역 오디오 수신기를 지급합니다. 외신 기자들은 물론 국내 기자들도 받을 수 있지요. 영어 통역 서비스는 기본으로 제공됩니다.

이런 노력에도 예기치 않는 부분에서 부족함이 생깁니다. 여러 사람을 거쳐 통역이 되는 경우, 미묘한 오역은 오해를 낳습니다. 물론 모든 경우에 대비하긴 힘들 겁니다. 하지만 전 세계 공용어인 영어 통역은 필요해 보입니다. 진정한 국제 영화제로 거듭나기 위해선 좀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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