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박스오피스] ‘유쾌한’ 조정석은 공감을… ‘추한’ 정우성은 힘이 없었다

[금주 박스오피스] ‘유쾌한’ 조정석은 공감을… ‘추한’ 정우성은 힘이 없었다

기사승인 2014-10-11 17:28:55
사진=영화

10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는 한국영화들의 강세가 눈부시다. ‘제보자’와 ‘슬로우 비디오’가 유지했던 1·2위 균형이 6일 만에 깨졌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승기를 잡았다. 외화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 ‘애나벨’도 선전하고 있다. 의아한 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마담 뺑덕’이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일 개봉한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누적관객수(10일 기준) 41만6880명을 기록했다. 2일 개봉한 ‘마담 뺑덕’(39만8127명)을 이미 앞지른 수치다. ‘마담 뺑덕’과 같은 날 개봉한 ‘제보자’ ‘슬로우 비디오’는 각각 106만4269명, 90만9850명을 모았다.

유일하게 ‘마담 뺑덕’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핸디캡을 무시할 순 없다. 그러나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의 전폭적인 홍보공세를 고려한다면 성적은 다소 초라하다. 부진의 요인을 외부에서만 찾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영화는 인간의 본성을 다뤘다. 장르와 깊이의 차이는 있지만 이 점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와 궤를 같이한다. 로맨틱 코미디인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일상에서 드러나는 본성을 솔직하게 그려냈다. 남편(조정석)이 아내(신민아)를 두고 다른 여성에게 한눈을 판다. 부부는 서로 주변에 있는 이성을 의식하고 질투를 한다. 분명 밝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영화는 이를 경쾌하게 다뤘다. 그렇게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치정 멜로를 표방한 ‘마담 뺑덕’은 적나라하고 무겁다. 물론 이것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 인간의 숨길 수 없는 욕망과 질투, 복수를 진지하게 돌아본다. 정우성과 이솜의 연기는 몰입을 돕는다. 톱배우의 파격 연기변신, 신예의 과감한 인물표현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작품에 온전히 공감하기 힘들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영화는 고전 ‘심청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인물들의 이름에도 의미를 담았다. 딸 청이(박소영)와 아버지 심학규(정우성). 그와 사랑에 빠지는 덕이(이솜). 그런데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원작이 강조하는 ‘효’와 거리가 있다. 추악한 욕망과 치명적인 사랑을 그리는 데 굳이 이 설정이 필요했을까. 어색한 패러디와 비틀기는 오히려 극의 집중도를 흐린다.



미남배우 정우성의 장님 연기는 어딘지 괴리감이 느껴진다. 연기 자체가 나쁘진 않다. 무너져가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 표현을 훌륭히 해냈다. 하지만 극중 눈먼 정우성이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찌개 맛이 좀 이상하다”고 한 마디 내뱉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임필성 감독은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우성이 캐스팅 안됐다면 아마 이 영화를 안 찍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신뢰에 의문을 지우긴 어렵다.

개봉한지 불과 열흘쯤 된 ‘마담 뺑덕’은 두 달여간 상영된 ‘비긴 어게인’보다도 적은 일일관객수를 기록하고 있다. 정우성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임 감독에게 “왜 나를 시험에 빠뜨리느냐”고 했다고 한다. 데뷔 후 가장 과감한 노출과 애정신까지 선보인 정우성. 의미는 좀 다르겠지만 그는 정말 시험에 들고 말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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