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요란했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뚜껑 열어보니 생색내기?

[친절한 쿡기자] 요란했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뚜껑 열어보니 생색내기?

기사승인 2014-12-14 16:54:55

국내 인터넷 쇼핑몰이 연합해 처음 시도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업체들은 억 소리 나는 매출 상승에 웃음꽃을 피우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생색내기에 낚였다’며 불만이 가득합니다.

11번가, 롯데닷컴, CJ몰 등 국내 쇼핑몰 10여 곳은 12일 하루 동안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하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열었습니다. 지난달 말 미국에서 열린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서 토종 업체들이 뭉친 겁니다.

인기 상품을 50%에서 70%까지 할인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행사가 열리기 한참 전부터 인터넷은 뜨거웠습니다. 쇼핑몰들은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죠. 11번가가 판매한 ‘캐나다구스’ ‘아이폰6’ ‘셀린느 트리오백’ 등은 판매 시작 2~7분 만에 매진됐습니다. 매시간 발급하는 할인쿠폰 15만장 역시 행사 시작과 동시에 모두 소진됐습니다.

11번가에 따르면 행사 당일인 지난 12일 전주 금요일 대비 순간 트래픽이 8배 이상 상승했고, 올해 최고 하루 거래액 기록을 갈아 치웠다고 합니다.

롯데닷컴과 AK몰 등도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롯데닷컴은 “12일 매출 실적이 전주 금요일 대비 87%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작 인터넷엔 불만 글만 가득합니다. 떠들썩했던 홍보에 비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기대에 못 미친 겁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의 위엄’ 등의 제목으로 행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올랐습니다. 실질적인 할인 혜택이 초라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네티즌들은 “최대 할인 폭이 1만원인데 50% 할인 쿠폰이라고 이름 붙여도 되는 건가?” “졸속으로 만들어놓고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하면 창피하지 않나?” “어설프게 할 거라면 하지 마라”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한 네티즌은 “여러 사이트를 돌며 광클(빠르게 연속으로 클릭)을 해봤지만 ‘잠시 후 다시 이용해 달라’는 문구만 봤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확인해보니 11번가가 대표 할인 상품으로 내세운 캐나다구스는 36벌이 전부였고, 아이폰6도 48대에 불과했습니다. 한정된 수량에 일부를 빼놓곤 모두 허탈하게 돌아서야 했던 겁니다.

업체들이 야심 차게 내놓은 50% 할인 쿠폰도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11번가가 선착순으로 제공한 50% 할인 쿠폰은 최대 할인 한도가 1만원이었습니다. 20만원짜리 제품을 구매하면 10만원이 할인되는 것이 아니라 1만원이 할인됐습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얻을 수 있는 쿠폰인데도 말이죠. AK몰이 제공한 50% 할인 쿠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네티즌들은 “이 정도 할인은 행사기간이 아니어도 제공되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할인 혜택을 크게 받은 소비자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행사 당일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에 ‘아이폰을 50% 싼 가격에 구입했다’는 후기 글이 올라 눈길을 끌었습니다.


11번가 관계자는 “내년에는 더욱 더 많은 국내 유통 업체들이 참여해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열린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첫 행사인 만큼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다음번에도 똑같은 실망을 안겨준다면 업체의 청사진과는 달리 안 하느니 못한 행사로 전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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