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로 돌아본 2014] ‘열정 페이’ 치여 아파했던 청춘들… 그래도 ‘완생’을 꿈꿉니다

[친절한 쿡기자로 돌아본 2014] ‘열정 페이’ 치여 아파했던 청춘들… 그래도 ‘완생’을 꿈꿉니다

기사승인 2015-01-02 10:39:55

“능력 있는 분을 원하지만 급여는 못 줍니다” ‘열정 페이’에 가슴 아픈 청춘들 - 2014.10.14


[친절한 쿡기자]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생각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 학생들에게 취업은 목표이자 희망입니다. 그런데 경력을 위해, 자기소개서에 한 줄 더 들어갈 스펙을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취업 준비생들을 울릴 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13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함께 할 디자이너를 찾는다는 구인 전단인데요. 이 사진을 처음 올린 작성자는 ‘향(@syuhyang)’이란 아이디를 쓰고 있는 트위터리안입니다. 작성자는 “아까 학교에서 웬 아저씨가 붙잡더니 쥐여준 종이”라며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어 “심지어 다른 종이에는 ‘처음엔 급여를 주지 못 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라고 하네요. 우대사항이 깁니다. 한 번 볼까요?

‘내가 조니 아이브(네이버 검색하지 마라)보다 낫다 자신하시는 분’ ‘3살 때 이미 애플 로고 제작하신 분’ ‘초능력자(포샵포샵 열매 특히 우대)’ ‘지치고 힘들어도 어떤 경우에도 웃으면서 함께 힘내실 수 있는 분’ 등 16개의 항목입니다. 조니 아이브는 산업 디자이너이자 애플사의 수석 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조너선 아이브입니다. 회사는 딱딱한 구인 전단을 유머 있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반응은 좋지 않네요.

네티즌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돈은 주고 일을 시켜야지” “급여도 못 주면서 바라는 것은 많네” “회사 이름이 뭔가요?” “뻔뻔한 구인” “열정페이 계산법” 등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구인 전단을 만든 회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작은 인원으로 이루어진 ‘스타트업’이며 직원이 아닌 창립 멤버를 찾는 과정에서 오해를 샀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스타트업이란 신생 벤처기업이죠. 회사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돈을 벌면 스톡옵션과 함께 급여를 가장 먼저 책정할 계획이었다. 앞으로 최고의 급여를 위해 창업주 다섯 명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상황에 네티즌이 ‘열정페이’란 단어를 쓴 이유가 있습니다. 열정페이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적게 줘도 그 일을 한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한국 특유의 문화를 말합니다. 유명한 예시문이 있죠. “너는 어차피 공연을 하고 싶어 안달 났으니까 공짜로 공연해라” “너는 경력도 없으니까 경력 쌓을 겸 내 밑에서 공짜로 엔지니어를 해라” 등입니다. 네티즌들은 이 구인 전단이 열정페이 계산을 해 만들어 졌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이런 현실에 울고 있는 학생들과 취업 준비생이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이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열정페이를 제시한 구인 모집 광고를 하나 더 볼까요? 이 글은 14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입니다. 지상파 방송국에서 스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진행 스텝으로 일할 청년들을 찾는다네요. 4일간 일하는데 오전 6시30분에 모여 오후 11시나 12시에 끝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루 일당은 7만5000원 입니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 합니다.

그런데 자격 및 주의사항에 눈에 띄는 항목이 있습니다. “시급 등 돈에 관해 민감해서 이것저것 따지시는 분들은 신청하지 마세요” 추천 수를 많이 받은 댓글은 이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하는 사람들은 많겠죠. 방송계를 꿈꾸는 사람들.”

노동에 따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상식입니다. 순수한 열정을 지켜주진 못 해도 착취해선 안 됩니다. 이 순간에도 열정페이를 받고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있겠죠. 그들에게 밝은 미래가 있길 기원합니다.


“월급 50만원? 받으면 감지덕지” 허울 좋은 패션업계, 최저생계는 없다 - 2014.11.01


‘청담동 앨리스’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패션 기업에 아르바이트로 입사한 건실한 디자이너 지망생이 현실에 좌절한 후 ‘속물’로 ‘업그레이드’를 시도하는 이 드라마의 줄거리는 언뜻 ‘막장’처럼 보입니다. 사모님 심부름이나 하는 견습 디자이너와, 5만원짜리 부츠는 ‘후졌다’고 비난하는 디자인 실장, 최저생활비도 안 되는 월급에 시청자는 “진짜로 저런 곳이 존재할까?” 하고 의문을 가지죠. 그러나 그곳은 슬프게도 이미 현실입니다.

최근 ‘한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직원 월급내역’이라는 글이 대중들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견습은 10만원, 인턴은 월 30만원, 직원은 100만원 남짓한 금액이랍니다. 이게 과연 진짜냐는 물음 속에 이 월급 내역은 온라인에서 크게 화제가 됐죠. “견습과 인턴의 차이는 뭐냐”는 궁금증부터 “직원이래도 대기업 인턴보다 못한 월급이다” “유명 디자이너면 버는 돈도 많을 텐데 저게 뭐냐”는 사람들의 말이 댓글로 달렸죠. 하도 낮은 금액이다 보니 그 디자이너의 이름에 의도적으로 흠집을 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정작 패션업계 종사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실제 패션업계에 6년째 종사중인 A씨는 “비단 그 디자이너뿐만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2010년 한 패션기업에 입사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패션기업 중 하나인 그 곳에서 A씨는 3년 동안 연봉 1400만원을 받고 일했습니다. 해외 수출로 큰 돈을 벌고 있는 그 대기업에는 연봉협상도, 최저임금도 없습니다. 1년차부터 3년차는 무조건 연봉 1400만원입니다. 세금을 빼면 한 달에 A씨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120만원이 채 되지 않았지만 A씨는 이를 악물고 버텼습니다. 그나마 부모님과 함께 살기 때문에 생활비를 아낄 수 있어 직장 생활이 가능했습니다.

4년차로 접어들자 회사는 선심 쓰듯 연봉을 1800만원으로 올려줬습니다. 일반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들이 대리 직급을 달고 두 배, 세 배의 연봉을 받으면서 A씨에게 “패션쪽 일은 월급도 후하지? 회사에서 품위유지 요구하는 만큼 월급 주잖아”라고 말할 때 A씨는 월급명세서를 불태우고 싶었답니다. 회사에서는 “디자이너면 디자이너답게 입으라”며 좋은 옷을 계절마다 새로 사 입길 요구했지만 정작 월급은 품위유지는커녕 최저생계도 유지하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그나마도 A씨는 패션업계에서 나은 편이었답니다. 실제로 개인이 운영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일하는 인턴 직원들의 경우에는 50만원, 30만원이 이상하지 않은 금액입니다. 일명 ‘도제 시스템’ 때문이랍니다. 명성과 노하우를 쌓은 디자이너 밑에서 견습으로 일하며 배우는 것만도 감지덕지하라는 겁니다. 적은 금액에 불만을 제기하는 친구들에게는 “너 대신 배울 친구들은 얼마든지 있다”는 논리로 퇴사를 종용합니다. 최저시급은커녕 차비라도 챙겨주는 걸 고맙게 생각하라는 논리는 패션업계 전체에 만연해 있다는 겁니다.

A씨는 이 같은 관행을 부수는 방법으로 노조를 꼽았습니다. 한국의 패션기업 중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실질적으로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A씨의 의견입니다.

“저는 첫 직장이었던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한 달 일하고도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어요. 제 상급자는 ‘네가 인사팀에 등록되기도 전에 그만두니 월급을 줄 수가 없다’고 약을 올렸죠. 그렇지만 그런 직원들을 보호해 줄 노조가 없었고 저는 결국 무일푼으로 그 브랜드를 나왔어요. 제대로 된 노조가 없으니 제대로 된 연봉협상도 불가능하고, 적은 연봉에 직원들은 지쳐 그만둘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그만두는 직원들에게 회사는 ‘너희들이 빨리 그만두면 우리는 손해를 본다, 손해를 보기 때문에 3년차 이하는 적은 연봉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이 악순환을 고칠 방법은 뻔한데도 연차가 쌓인 임원들은 회사 눈치를 보느라 직원들에게 ‘참으라’고 해요. 최저임금 555원.(견습 10만원 기준, 한달 180시간 근무로 계산) 이게 남들이 멋지다고 말하는 패션업계의 실체입니다.”

TV에 나와 멋진 쇼를 보여줍니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디자이너로 국격을 높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 이전에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굶어죽는 예술가들도 옛말입니다. 예술하는 데 사람이 필요하면 월급을 주세요.


“고급옷 입어볼 기회는 드릴게”… ‘열정 모델’ 모집글 논란 - 2014.11.11


대다수 기업들의 구인 글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열정’이기 때문일까요. 취업 전선에 뛰어든 젊은이들 사이에서 ‘열정 페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기관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경험되니 적은 월급(혹은 무급)을 받아도 불만 가지지 마라.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다’라는 태도를 보일 때 이를 비꼬는 말입니다. 열정 페이란 말 속엔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로 치달은 사회 분위기에 대한 냉소가 담겼습니다.

덩달아 등장한 ‘열정 페이 계산법’도 눈길을 끕니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열정과 재능이 있으면 돈을 조금만 줘도 된다’로 귀결됩니다. “너는 어차피 경력을 쌓아야 하니까 공짜로 일하라” “너는 어차피 공연하고 싶어 안달 났으니까 공짜로 공연하라” 등 여러 버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너는 어차피 코스프레를 하고 싶어 할 테니까 공짜 모델이 되라. 고급 옷을 입어보게 해주는 게 어디냐.”

11일 오전 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에 ‘한복 의상 코스프레팀 지원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습니다. 오는 27일 ‘서울코믹월드’ 대회를 앞두고 한복의상업체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의상 모델을 모집하는 글인데 내용이 다소 도발적입니다. 서울코믹월드는 아마추어 만화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서로 교류하는 만화 종합 행사입니다.

업체 관계자의 말을 요약하면 “참여한 사람들은 고급 의상을 무료로 입어보면서 멋진 추억이 남고, 업체는 무료로 의상을 대여한 후 사진이 남는다. 물론 촬영된 사진은 상업용으로 쓸 예정이다. 무단 불참이 우려되므로 보증금으로 5만원을 받겠다” 입니다. 신체적 요구 사항도 까다롭습니다. 여성은 키 160㎝ 이상, 체중 55㎏ 이하, 남성은 키 175㎝ 이상, 체중 70㎏ 이하로 제한했네요. 참가자 선정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당사 취향 기준”이라고 말합니다.

최근 패션 업계에서 터져 나온 ‘10만원 월급 인턴’ 보도의 여파가 남았기 때문일까요. 네티즌들은 또 한 번 난리가 났습니다. 이들은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 “무료로 사람쓰겠다면서 상업적 이용을 당당하게 밝혀 당황스럽다” “무급 인턴이 유행하다보니 이젠 사람이 아주 우습게 보이나 보다”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한 네티즌은 “공짜로 사람 쓰는 것도 모자라 보증금을 내라니… 열정 호구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고 한탄했습니다.

업체 측은 반발이 예상보다 크자 “20만원 상당의 의상을 무료로 대여하는 대신 사진을 원하는 것일 뿐”이라며 “참여하는 즐거움을 아는 분, 모델료 없이 열정으로 참여하실 분만 지원하길 바란다”고 답했습니다. 말을 덧붙일수록 논란이 커지자 결국 오후 2시쯤 해당 글이 삭제됐네요.

열정 페이는 삶의 질이 상승하던 사회에서 자란 기성세대와 출발부터 미래까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사회에 직면한 젊은이들 간의 충돌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젊은이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하면 할수록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가 늘어나는 구조의 악순환에 빠진 셈입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인용해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부조리한 관행이나 조직문화도 헝그리 정신의 산물로 여겼던 기성세대가 지금도 같은 사고를 고수한다면 청년세대와 문화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 헝그리 정신으로 버티면 뭔가 기대할 수 있었던 시대와 출발부터 모든 게 불확실한 시대, 두 시대의 충돌이 열정 페이란 말을 빚어낸 것이다.”


“왜 혼자 사는지 진짜 모르는거지?”… ‘삼포세대’ 화나게 한 싱글세 논란 - 2014-11-13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가 저출산 대책으로 ‘싱글세(독신세)’를 거론해 인터넷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혼자 살면 세금을 늘리겠다는 말에 ‘열정 페이’를 강요받는 ‘삼포세대(연애·결혼ㆍ출산을 포기한 세대)’들이 들고 일어난 겁니다.

12일 인터넷에서는 싱글세 논란이 하루 종일 이어졌습니다. 전날 “앞으로 싱글세를 매겨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저출산 대책으로 1인 가구에 세금을 매기는 싱글세를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언급했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예산도 부족하고 정책 효과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 지원만으로 저출산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페널티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저출산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18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죠. 이를 해결코자 정부가 일정한 나이를 넘기도록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가 없다면 추가 세금을 걷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선 격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네티즌들은 “국민을 개체 수를 조절하는 소·돼지로 여기나?” “이러다 결혼과 출산의 의무 생겨서 교과서에 실릴 기세” “결혼하고 애 안 낳으면 무자식세 도입하겠네”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한 네티즌은 “삼포세대가 애를 낳지 않는 이유를 정말 모르는 건가. 돈이 없어서 결혼 못하고 솔로인 것도 서러운데 세금을 더 내라니”라고 적어 호응을 얻기도 했죠. 싱글세가 실제로 도입된다면 ‘위장 결혼’과 ‘서류상 계약부부’만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주목받았습니다.

온라인에서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이날 황급히 보도자료를 내고 “싱글세 등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법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저출산 대책으로 아이를 낳은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들에게 페널티를 줘야할지도 모르겠다는 농담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사실 싱글세 논란은 처음이 아닙니다. 2005년부터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세금을 걷어 저출산 대책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방안이 종종 제기됐고, 그 때마다 반발에 부닥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농담이라네요. 농담이라고 쳐도 담뱃값과 지방세 인상 같은 증세 논란이 뜨거운 마당에 아무도 웃지 않는 이런 말을 하다니, 안타깝네요.

글 : 이은지 김민석 민수미 기자 rickonbge@kmib.co.kr

정리 : 김민석 기자
김민석 기자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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