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朴대통령은 CJ 영화만 좋아해?”… ‘국제시장’ 끌어올린 흥행파워

[친절한 쿡기자] “朴대통령은 CJ 영화만 좋아해?”… ‘국제시장’ 끌어올린 흥행파워

기사승인 2015-01-30 13:14:55
"사진=왼쪽부터 박근혜 대통령

황정민. 청와대 제공"

[쿠키뉴스 친절한 쿡기자=권남영 기자] 영화진흥위원회가 30일 발표한 일별 박스오피스 순위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미 1200만 이상 관객을 들인 영화 ‘국제시장’이 다시 정상에 오른 겁니다. 1000만 돌파 이후엔 관객 수가 급감하는 게 보통입니다. 지난해 12월 개봉했으니 이쯤 되면 ‘볼 사람은 다 봤기’ 때문이죠.

영화는 ‘강남 1970’ ‘빅 히어로’ 등이 개봉한 이달 21일 이후 한 번도 1위를 차지한 적이 없습니다. 굳건히 1위를 지키던 ‘국제시장’은 최근 일주일간 3위 성적을 유지했습니다. 순위가 떨어졌던 1000만 영화가 이런 역주행을 선보인 건 이례적입니다.

의문은 금세 풀렸습니다. 흥행 열쇠는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었습니다. 올해 첫 ‘문화가 있는 날’이었던 28일 박 대통령은 CGV용산을 찾았습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세훈 영화진흥위원장 등 관계자들과 파독광부와 간호사, 이산가족과 일반 시민 180여명과 함께 ‘국제시장’을 관람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바로 다음날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이 다시 몰린 겁니다. 박 대통령이 눈물까지 흘렸다는 얘기가 전해지며 더욱 관심을 끈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요. 파독 광부나 간호사, 베트남전 파병 등 소재가 등장합니다. 관람 전 윤제균 감독, 배우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등과 모인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좋은 문화콘텐츠는 사회 통합에도 도움을 주고 기여한다는 걸 국제시장을 통해 실감했다”는 칭찬을 건넸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박 대통령은 극중 이산가족 상봉 장면과 주인공 덕수(황정민)가 상상 속에서 아버지에게 “이만하면 잘 살았죠? 하지만 정말 힘들었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유독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여러 번 손수건과 손으로 눈물을 닦았고, 중간 중간 등받이에서 허리를 세워 영화에 집중하기도 했다네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운이 남은 듯 한참 자리를 뜨지 않았다는 전언입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이 영화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회의에서 “최근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에 보니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퍼지니까 경례를 하더라”며 “그렇게 해야 나라라는 소중한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으신 듯합니다.


박 대통령 영화 관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8월엔 당시 극장가를 휩쓸었던 ‘명량’을 관람했죠. 직접 CGV여의도를 직접 방문해 영화를 본 뒤 “국가가 위기를 맞았을 때 민·관·군이 합동해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과 국론결집 정신을 고취하려는 뜻이 담겼다”고 호평했습니다. “무엇보다 스토리가 좋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칭찬도 덧붙였고요.

우연의 일치일까요? 박 대통령의 호평을 한 몸에 받은 두 작품모두 대기업 CJ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한 작품입니다. 1000만 관객을 훌쩍 뛰어넘는 특급 흥행을 기록했다는 공통점도 있군요. 그래서 두 영화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도 합니다. 계열사 관계에 있는 대형 멀티플렉스 CGV의 ‘상영관 몰아주기’에 힘입어 흥행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불평어린 시선들에 시달리는 점도 닮았죠.

문득 이날 IPTV와 VOD 서비스를 시작한 저예산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개훔방)’이 떠오릅니다. 상영관은 많지 않지만 아직 일부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미 파일이 토렌트 사이트에 퍼져 버렸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죠. 극장 외 수입을 거두는 데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훔방’은 흥행 부진을 이유로 제작사 리틀빅픽처스 대표가 책임을 안고 사퇴하는 사태를 빚었습니다. 사퇴한 엄용훈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기업 배급사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기도 했죠. 박 대통령을 향한 절절한 호소문이었습니다.

글에서 엄 전 대표는 “한국 영화 산업의 대기업 수직계열화에 따른 몰아주기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법으로 동일 계열기업 간 배급과 상영을 엄격히 분리시키고 상영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합리적으로 세워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는 “대통령께서 산적한 국정을 돌보시느라 바쁘신 줄은 알지만 잠시 시간을 내어 ‘개훔방’을 관람해주신다면 꺼져가는 불씨를 바라보는 배우와 스태프들, 투자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말로 긴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저는 ‘명량’도 봤었고 최근 ‘국제시장’ ‘개훔방’도 모두 봤습니다. 각각 다른 강점과 재미요소를 갖춘 작품들이었죠.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면 화제인 영화들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갖춘 작은 영화들도 참 많더군요. 조용히 스크린에 걸렸다 내려가곤 하니 관람시기를 잘 맞춰야 하지만요. 영화를 즐기시는 박 대통령께 전해드리고픈 말입니다.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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