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또 ‘응사’ 쓰레기라고?… 정우에게 ‘쎄시봉’은 특별했다

[쿠키人터뷰] 또 ‘응사’ 쓰레기라고?… 정우에게 ‘쎄시봉’은 특별했다

기사승인 2015-02-08 01:21:55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예산이 몇 십억이나 되는 상업영화 주인공은 처음이에요. 나이는 서른다섯을 넘어가고 배우생활한 지는 이제 15년 가까이 됐지만요. 실질적으로 이런 큰 작품 주연은 처음이다 보니까 겁이 나는 게 분명히 있죠. 겁나요. 하지만 후회는 없어요. 진심으로 연기했고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정우(본명 김정국·34)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을 만큼 즐겁게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이때 그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영화 ‘쎄시봉’을 선택한 정우의 모습은 사실 그리 흥미롭지 않았다. 복고 느낌의 그는 이미 tvN ‘응답하라 1994’(2013·이하 응사)에서 만나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는 됐다. 한 작품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은 뒤 후속작을 고르는 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그의 말처럼 이렇게 이런 큰 영화 주연은 처음이니까 말이다.

정우는 연기력으로 대답했다. ‘쎄시봉’에는 쓰레기가 아닌 오근태가 있었다. 실제 1970~1980년대 큰 인기를 끌며 조영남,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 등 걸출한 뮤지션들을 배출한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정우는 좀 특별한 역할을 맡았다. 실존 인물에서 모티브를 얻긴 했지만 가상으로 설정된 인물 오근태로 분했다.


인터뷰에서 하고 싶었던 많은 질문들을 뒤로 한 채 ‘쎄시봉’을 내놓는 소감을 먼저 물었다. 그는 “겸허하게 하루하루 기도하는 마음”이라며 “절실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순간”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왜 좀 더 현장에서 열심히 하지 못 했나’하는 후회가 되기도 한다”며 “만감이 교차한다”고 털어놨다.

“(완성본 보니) 매 신 다 뜯어서 다시 하고 싶더라고요. 근데 또 ‘그렇게 하면 잘할 수 있겠나’ 한다면, 쉬운 일은 아니겠죠. 기존의 몇 배 되는 부담감이 작용할 테니까요. 어떻게 보면 불가능하고 현실성 없는 넋두리죠. 근데 사람 마음은 그런 거 같아요. 착잡하네요(웃음).”

겸손한 발언이었지만 거짓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그만큼 그에게 ‘쎄시봉’이 주는 의미는 남다를 테니 말이다. 영화를 선택할 때의 속마음을 얘기하면서도 그는 진솔함을 잃지 않았다. 정우는 “‘응답하라 1994’ 이후 다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오래 기다려주신 분들께도 그 기대를 충족시켜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부담감을 갖기보단 정말 하고 싶고 욕심이 나는 작품을 만나길 소원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물론 ‘쎄시봉’을 보고 ‘응사’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쎄시봉’을 ‘영화판 응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복고 배경에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히 두 작품에서 정우의 이미지는 수시로 겹친다. 오근태와 쓰레기 모두 한 여자와의 애틋한 첫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남자로 등장한다.

이런 지적에 정우는 “그럴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작품 안에서 음악이 주는 힘은 굉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도 모르게 영화나 드라마에서 음악이 가지는 힘을 본능적으로 알게 된 것 같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캐릭터에서만큼은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멜로라인 하나만 보면 비슷해 보일 수 있겠지만 어디에 포커스 맞추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쎄시봉’에서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응사’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는 완전 풀어져서 좀 투박하잖아요. 편안한 생활 대사들이 많이 나오는데 여기는 약간 분위기를 잡고 가는 느낌이 있죠. 그리고 상황적인 부분들도 달라요. 사랑을 하는 역할과 상대에게 사랑을 받는 역할은 다르니까요.”

그에게 복고는 워낙 좋아하고 정서적으로도 잘 맞는 배경이란다. 정우는 “그렇다고 일부러 복고 배경 작품을 찾아 선택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자신의 흥미를 끄는 작품이 끌리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복고 느낌이 정말 잘 어울리긴 한다는 말을 건네자 그는 “왠지 좀 친근하다”면서 웃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정우는 이런 부분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았다. 시나리오, 스태프, 그리고 함께 출연한 배우들을 보며 확신을 얻었다. 일단 로맨틱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김현석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컸다. 극중 정우와 2인1역을 소화한 김윤석은 물론 김희애, 한효주, 진구, 강하늘, 조복래 등 배우들도 든든했다. 촬영을 하면서 힘들었던 건 단지 노래와 기타 연주뿐이었다.

“(조)복래랑 (강)하늘이는 원래 기타를 잘 쳐요. 노래도 잘하고. 그런데 전 그렇지 못 해서…. 캐릭터 자체도 그렇게 실력이 출중한 친구는 아니라 그 핑계로 그나마 위안 삼았어요. 애들이 잘하니까 잘 묻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웃음). 근데 (기타를) 좀 칠 줄은 알아야 못 치는 척도 할 수 있으니까 그게 좀 부담스러웠죠.”

정우가 작품에서 이렇게 노래를 한다거나 진한 멜로를 선보여 여성 팬들의 사랑을 받을 줄 짐작한 사람은 몇이나 됐을까. ‘응사’ 이전 그는 사내 냄새 물씬 나는 거친 역할을 주로 맡았다.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구는 컸지만 기회가 별로 없었다.


“조연이라고 할지언정 제대로 된 캐릭터를 만나서 연기했던 적이 드물어요. 로맨스뿐 아니라 액션 같은 다른 역할들도 그랬어요. (주연배우가 앞에서) 연기하면 포커스 나가있는 상태에서 뒤에서 연기하고…. 보여줬던 적이 거의 없었죠. 그냥 싸움하다 대사 한 두 마디하고 또 싸움하고(웃음).”

그 말에서 최근 그가 유난히 밝아 보였던 이유를 찾았다.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 때 정우는 들뜬 미소로 등장했다. 답변을 하면서도 내내 웃음기어린 표정이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는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기자를 반겼다. 이런 자리를 갖는 것 자체가 참 감사하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앞서 한 방송에서 김희애가 “관객 700만이 넘으면 배우들이 콘서트를 열겠다”는 공약을 걸었던 일을 언급하면서도 그는 왠지 즐거워 보였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난감하다는 듯 말했지만 말이다. 정우는 영화를 사랑해준 관객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공연을 하게 되면 꼭 초대하겠다는 굳은 약속을 받고 헤어졌는데 이뤄질 수 있을까? 누구보다 밝은 얼굴로 무대에 올라 기타 치며 노래할 그가 그려진다.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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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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