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쎄시봉’ 김현석 감독 “이번엔 잘하는 거 하고 싶었어요”

[쿠키人터뷰] ‘쎄시봉’ 김현석 감독 “이번엔 잘하는 거 하고 싶었어요”

기사승인 2015-02-08 21:41:55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김현석(43) 감독이 돌아왔다. 음악영화의 탈을 쓴 멜로영화 ‘쎄시봉’이다. 김 감독 특유의 작품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다. ‘광식이 동생 광태’(2005)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등 작품에 설레었던 이라면 쌍수를 들고 반길 만하다.

‘쎄시봉’에서도 김 감독은 단순함을 버렸다. 실제 1970~198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한 영화. 조영남(김인권), 이장희(진구·장현성), 윤형주(강하늘), 송창식(조복래) 등 멤버들을 실명으로 내세우고, 그들의 노래를 높은 싱크로율로 재현했다. 여기까진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가상인물 오근태(정우·김윤석)와 민자영(한효주·김희애)이 등장하면서 얘기는 달라진다. 더구나 그들의 사랑 얘기가 극의 중심을 이룬다.

어떻게 쎄시봉 음악과 첫사랑의 향수라는 두 가지 소재를 엮을 생각을 했을까.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원래 그런 (아련한 사랑) 정서를 좋아하던 차에 마침 쎄시봉을 만났다”며 “어차피 똑같은 사랑 얘기지만 음악을 이용해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어서 좀 더 의욕이 생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를 영화로 각색하면서 느끼는 부담감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더 자유롭게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피해갈 수 없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박아두고 그 사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창작해 넣는 게 재미있었다”며 “기본 설정을 깔아두고 그 사이 빈틈을 매우는 데 집중하니 오히려 편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시사회 끝나고 관객 반응을 살짝 보니 ‘뭐가 진짜고 뭐가 가상인지 모르겠다’는 말들이 있더라고요. 전 그게 칭찬이라고 생각해요. 실제 쎄시봉 ‘대학생의 밤’에서 걸출한 스타들이 탄생한 것도, 이후 대마초 사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잖아요. 그 사이 오근태라는 제3의 인물과 모든 멤버들의 사랑을 받는 뮤즈가 있지 않았을까? 전 그런 상상만 얻은 것뿐이죠.”

이런 구상의 시작은 MBC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쎄시봉 특집’(2010)이었다. 오랜만에 함께 방송한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 등 멤버들에게 김 감독은 청춘을 느꼈다. 그는 “내일 모레 일흔이신 분들인데 할아버지 같은 느낌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며 “우리 영화 마지막 내레이션에도 등장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은 늙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그대로 전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영화가 얘기하는 ‘사랑하며 삽시다’라는 주제도 여기서 나왔다.

“요즘 삶이 참 각박하고 그렇잖아요. 복고를 그렇게 해석한다면서요. 현실이 각박하니까 (예전을 그리워하는 거라고). 근데 우리 영화는 복고를 주장하는 영화는 아니니까…. ‘사랑하면서 살아봐라. 현실이 각박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늘 피곤하고 현실이 싫고 그런 게 아닐까요? 사랑합시다(웃음).”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판에 발을 디딘 김 감독은 ‘YMCA야구단’(2002)에서 첫 메가폰을 잡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다룰 때 가장 진실하다고 믿는 김 감독은 평소 즐기는 야구를 작품 소재로 자주 썼다. 감독 데뷔작은 물론 ‘스카우트’(2007) 등에서도 그랬다. 그랬던 그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광식이 동생 광태’가 주목을 받았고 ‘시라노’에서 기어코 흥행에 성공했다. 멜로나 사랑 얘기를 다루는 게 즐거웠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찾아온 매너리즘을 피할 순 없었다.

“‘시라노’까지 하고 (한때) 멜로, 로맨틱 코미디가 지겨웠어요. 저는 한다고 흥이 나서 했는데 그것만 하니까 좀 동어반복 같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길 한 번 가본 거죠.”

‘시라노’ 이후 김 감독은 스릴러물 ‘열한시’(2013)를 내놨다. 하지만 흥행엔 실패했다. 처음 도전해본 장르가 익숙하지 않았던 탓이 크다. 더구나 영화는 그가 직접 쓰지 않은 시나리오로 만든 첫 작품이기도 했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 내가 작가로서 시나리오를 쓸 때 단순히 시나리오만 쓰는 게 아니었구나. 시나리오 쓸 때 이미 절반이상 연출을 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인감독일 때부터 거기에 익숙해져있었기 때문에 ‘열한시’ 때는 적응이 힘들었던 게 있어요. 멜로도 멜로지만 ‘다시 내가 쓰는 시나리오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 감독은 “‘열한시’를 찍으면서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았다”며 “그래서 ‘쎄시봉’을 더 이 악물고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때 그는 ‘(영화는) 늘 즐겁게 찍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당시 먼저 구상해놨던 다른 작품이 있었지만 쎄시봉에 마음이 갔다. 김 감독은 “‘열한시’하면서 다시 멜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쎄시봉은 왠지 그때 아니면 못할 것 같았고 그래서 더 끌렸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쎄시봉’은 신인감독 때로 돌아간 듯 즐겁게 촬영했다고 그는 전했다.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같이 읽고 연기를 하는 데 배우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엄한 연기를 하진 않는다”면서 “저는 어떤 디렉션을 주기보단 배우이 최대한 편하고 기분 좋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래야 본인 스스로도 더 즐거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 작품 한 작품 연출작들이 쌓이면서 김 감독에겐 점점 확고해지는 생각이 있다. 더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만족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은 걸로 제3자를 즐겁게 하는 건 거짓말인 것 같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더 장인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인이라는 건 (별 게 아니라) 우린 장인이면서 프로잖아요. 프로는 정말 내 작품을 더 좋아하고, 더 냉정해지고, 100% 만족한 다음 남들에게 내놔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 스스로 먼저 만족해야겠죠. 절대 안일하게 만족해서는 안 되겠고요.”

김 감독은 ‘쎄시봉’ 촬영 당시에 대해 “정말 만족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모두 즐겁게 찍으면 그게 화면에 나오는 것 같다”며 “영화 6편을 해보니 그게 조금씩 보이더라”고 말했다. 즐거운 현장 분위기는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해진다는 것이다. 쎄시봉은 어떨 것 같느냐 물으니 김 감독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일단 진인사(盡人事)는 했다”면서 대천명(待天命)은 관객의 몫으로 넘겼다.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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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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