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요즘 ‘대세’ 강하늘? “인기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아요”

[쿠키人터뷰] 요즘 ‘대세’ 강하늘? “인기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아요”

기사승인 2015-02-11 11:30:55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다재다능하다는 표현에 딱 맞는 배우를 오랜만에 만났다. 영화 ‘쎄시봉’에서 본 배우 강하늘(25) 모습이 그랬다. 연기력은 기본. 한국 포크 음악계의 큰 산 윤형주로 분하면서 노래를 하고 기타까지 쳤다. 나무랄 데 없는 실력으로 말이다.

tvN 드라마 ‘미생’(2014)에서의 까칠한 ‘엄친아’ 이미지를 떠올린 관객에겐 의외일 법하다. 노래하는 강하늘이 낯설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뮤지컬 무대 위 그를 만났던 이라면 반응은 분명 다를 것이다.

강하늘은 서울국악예고에 재학 중이던 2006년 출연한 뮤지컬 ‘천상시계’로 데뷔했다. 이후 한 해 한 작품 이상씩의 뮤지컬이나 연극 무대에 섰다. TV에도 종종 얼굴을 비췄으나 그리 주목을 받진 못하다 SBS ‘상속자’(2013) ‘엔젤 아이즈’(2014) 등을 통해 조금씩 얼굴을 알렸다. ‘엔젤 아이즈’를 눈여겨 본 김원석 감독이 그를 캐스팅하면서 히트작 ‘미생’에 합류하게 됐다.

‘미생’ 이후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극 ‘헤롤드&모드’ 공연으로 빠듯한 스케줄을 조정해 ‘쎄시봉’ 홍보에 임하고 있다. 더구나 그가 출연한 영화 ‘순수의 시대’와 ‘스물’이 연달아 3월에 개봉한다. 계속되는 강행군이다.


놀랍게도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하늘은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 피곤에 찌든 모습이리라 짐작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요즘 정말 소처럼 일하고 있다”는 인사말에 강하늘은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쾌활한 미소는 인터뷰 내내 가시지 않았다.

“촬영 때는 개봉일이 안 정해져 있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될지 몰랐어요. 근데 하다보니까 세 작푸 개봉이 다 이렇게 돼가지고 조금 정신없게 됐어요. 이렇게 되는 게 아니었는데….”

일부는 그가 ‘다작(多作) 배우가 됐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본인은 그런 시선이 억울하기만 하다. 강하늘은 “전 진짜 (시나리오를) 고심해서 읽고 골라서 놓치기 싫은 좋은 작품을 선택한 것”이라며 “그냥 작품을 많이 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것들에 대한 책임이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요즘 잠을 자긴 하느냐”는 질문에 강하늘은 “어제도 새벽 4시에 잤다”면서 웃었다. 그는 “체력적으로 소모가 많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인데 정신은 되게 맑다”며 “체력적으로 힘든 건 그럴 수 있다 쳐도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은 것만으로 좋다”고 대답했다. 이어 “물론 아침에 일어날 때 힘들긴 하지만 또 스케줄 하다보면 즐겁고 좋다”고 덧붙였다.


월요일을 제외한 일주일 내내 잡혀있는 연극 스케줄에 ‘쎄시봉’ 홍보까지 겹치면서 더 바빠졌다. 인터뷰 전날엔 ‘쎄시봉’ 무대인사를 위해 서울 전역을 돌았다. 무대인사가 끝난 뒤엔 ‘스물’ 후시녹음을 해야 했다. 거의 불가능하게까지 여겨지는 이런 일정을 버티는 힘은 무엇일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책임감이죠. 요즘 들어 제가 점점 더 어른이 돼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선택하고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책임감과 내가 갖고 있는 통찰력, 판단력 같은 것들이 약간 시험받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거기서 드는 ‘좀 더 좋은 선택을 해야 겠다’ ‘좋은 판단을 내려야 겠다’는 생각들이 저를 조금씩 더 어른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강하늘은 작품을 고를 때 보통 남들 조언을 받기 보단 본인이 선택하는 편을 선호한다고 했다. 스스로 판단해서 선택해야 나중에 후회하거나 상처를 입게 되더라도 자기 몫이 된다는 게 이유였다. 이 역시 그가 말한 일종의 책임감으로 보였다.

‘쎄시봉’을 선택한 이유는 확고했다. 윤형주 역할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강하늘은 “제가 욕심났던 건 (다른 캐릭터가 아닌) 윤형주 선생님 하나였다”면서 “윤형주 선생님은 저희 아버지가 꿈을 갖게 한 분이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현재도 라이브카페에서 공연하는 강하늘 아버지는 중·고등학생 시절 쎄시봉을 찾아 음악을 즐기던 팬이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윤형주를 꼭 만나고 싶다’던 아버지의 바람을 이뤄드릴 수 있었던 것도 그에겐 기쁨이었다.


“어릴 때부터 저희 집에는 늘 쎄시봉 노래가 나왔어요. 사실 제 나이 또래면 쎄시봉을 모르는 게 맞거든요? 제 친구들도 모르는 애들도 많고요. 근데 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 때문에 알아서 되게 가깝게 느껴졌어요. 어릴 때 저도 모르게 들었던 기억들 때문인지 몰라도 윤형주 선생님 노래가 그렇게 생소하게 들리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좀 수월한 부분이 있었어요.”

더구나 강하늘은 극중 쎄시봉 트리오로 함께 호흡 맞춘 정우(오근태 역), 조복래(송창식 역)와는 달리 노래와 기타에 모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정우는 기타, 조복래는 노래 연습으로 구슬땀을 흘렸지만 그는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어떤 목소리로 듣기 좋은 화음을 만들어낼까’라는 고민에 집중하면 됐다. 많은 고민과 노력 끝에 다행히도 꽤 만족스러운 하모니를 완성해냈다.

하지만 영화에서 분량은 비교적 많지 않다. 아쉬운 마음이 들진 않으냐고 하자 강하늘은 “이건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할 수 있는데 저는 단 한 번도 제가 나온 작품에 분량 때문에 아쉬웠던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생각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어떤 역할이든 (분량에 상관없이) 그 인물 인생에 있어선 주인공이거든요. 저는 항상 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작은 역할은 없어요. 내 비중이 적게 나왔다고 아쉬워하는 그릇이 작은 배우만 있을 뿐이지…. 솔직히 저는 작은 역할이라는 말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도 않아요.”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단계의 배우가 하기엔 다소 묵직한 얘기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그의 가치관은 뚜렷했다. 강하늘은 “제 좌우명은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우면 배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짧게 보고 연기를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에 여유 없이 빨리 뛰어가고 싶진 않다”고도 말했다. 이 말을 할 때의 눈빛은 매우 진지했다.

강하늘은 스타보다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배우 강하늘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게 꿈이라는 그는 아직 단 한 번도 그렇게 자신을 소개한 적이 없다. 아직 꿈을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단계이기에 더욱 스스로를 다잡으려 노력하는 중이다. 점점 높아지는 인기가 반갑기만 한 건 아니라는 그의 마음은 이랬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게 행복하죠. 근데 그게 온전히 행복하진 않아요. 사람은 단 것에 쉽게 취하잖아요. 자꾸 달달한 것들이 들어오면서 내가 나를 망가뜨릴 것 같은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요. 왜냐면 전 아직 어리기 때문에 이런 갑작스러운 것들에 쉽게 물들고 망가지기 십상이거든요. 그래서 행복하지만 그걸 마냥 즐기고 있지만은 않아요. 좀 더 예민하게, 첨예하게 굴고 싶어요.”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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