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유희열 19금 농담? 듣지 않았으면 말을 마세요

[친절한 쿡기자] 유희열 19금 농담? 듣지 않았으면 말을 마세요

기사승인 2015-04-06 14:29:55
사진=안테나뮤직 제공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토이로서 7년 만에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가수 겸 작곡가 유희열(44)은 지난 2~4일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그의 음악을 기다린 관객들이 3일 내내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동료들은 한달음에 달려와 함께 공연을 채워줬지요.

유희열은 세 차례 열린 ‘다 카포(Da Capo)’ 공연에서 모두 눈물을 보였습니다. 객원보컬로 참여해준 김연우, 이적, 김동률, 성시경, 김형중 등 가수들은 물론 스태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마지막 날 앙코르 무대 땐 울음이 터져 노래도 부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연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고개 숙여 인사했습니다. 음악인생 20여년을 함께 걸어온 동료들과 팬들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을 테지요.

객석엔 그런 그를 지켜보며 함께 눈물을 쏟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젠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 공연을 준비했고, 무대에 섰는지. 그 진심을 말입니다.

공연장 안에 있던 관객들에게 그 여운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공연의 의미 등을 논하기는커녕 난데없이 19금 발언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유희열이 3일 공연에서 했던 농담이 기사화되면서 문제가 됐습니다.

공연 초반 오프닝 멘트에서 유희열은 “공연할 때 제가 힘을 받을 수 있게 앞자리에 앉아계신 여자 분들은 다리를 좀 벌려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잇몸 미소를 지은 채 웃으며 한 말이었죠. “다른 뜻이 아니라 마음을 활짝 열고 음악을 들으란 뜻”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습니다. 20~40대 성인 관객들이 대부분이었던 객석은 한 순간 웃음바다가 됐습니다.

유희열은 4일 공연에서도 같은 농을 던졌습니다. 역시나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몇 초간 웃음이 끊이지 않자 유희열은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 거예요”라며 장난스럽게 받아넘겼습니다. 한층 풀어진 분위기 속에 그는 “이제 우리가 가장 빛났던 시절로 돌아가 보자”며 피아노 앞으로 자리를 옮겼죠.


당시 상황은 이랬습니다. 가수와 관중들이 웃고 떠들다 나온 대수롭지 않은 멘트였습니다. 긴장을 풀고 공연을 즐기자는 가벼운 의미였습니다. 이런 걸 텍스트의 한계라고 해야 할까요. 전후 맥락이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채 일부분만 잘라 글로 적히니 제대로 표현될 리가 없습니다. 결국 인터넷에는 “어떻게 이런 소리를 하나” “성희롱 아닌가” “너무 심했다”라는 등의 비판 여론이 일고 말았습니다.

팬들을 더욱 속상하게 한 건 유희열의 사과입니다. 유희열은 6일 토이 홈페이지에 ‘모두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미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는 “아무리 우리끼리의 자리였다고 해도 이번 공연 중에 경솔한 저의 가벼운 행동과 말에 아쉽고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계셨을 텐데 무척이나 죄송해지는 밤이다”라며 “오랜 시간 함께 해온 팬들과 함께 하다 보니 제가 (편한 마음에) 그랬다. 죄송하다”고 적었습니다.

평소 유희열이 성적인 농담을 자주 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그간 단 한 번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에선 ‘감성 변태’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사랑을 받았죠. 이상하게 그의 입에서 나오는 19금 발언은 불쾌하게 들리는 경우가 잘 없습니다. 늘 선을 넘지 않는 그의 센스 때문입니다.

미묘한 뉘앙스 차가 너무 큰 오해를 불렀습니다. 직접 들은 사람들은 웃어넘겼는데 글로 읽은 사람들은 흥분하는 이 상황을 한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사과글에서 유희열은 “오랜 시간 아끼고 간직해 온 기억들도 한마디의 말로 날려 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더 깊게 새기면서 살아가야겠단 생각에 부끄럽고 마음이 무거워진다”며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습니다. 불필요한 논란으로 얼룩지기엔 그 날의 기억이 너무 아깝습니다.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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