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없이 대학 갔더니 ‘열정페이’”… 학생 등골 빼먹는 ‘계약학과’ 운영 실태

“시험 없이 대학 갔더니 ‘열정페이’”… 학생 등골 빼먹는 ‘계약학과’ 운영 실태

기사승인 2015-04-13 09:55:55
뉴스타파 방송 캡처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규제가 풀린 ‘계약학과’가 대학교와 업체가 입을 맞추고 잇속을 챙기는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계약학과는 기업 인력을 재교육한다는 취지에서 직원이 업무 관련 전공으로 대학에 시험 없이 진학하면 등록금 절반을 회사가 지원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명박 정부 당시 자율화 분위기에 힘입어 대학은 전임교원, 강의실, 교육용지 등을 확보하지 않아도 계약학과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계약학과 제도를 편법으로 악용하고 있는 서울소재 두 대학의 계약학과 운영 실태를 추적해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계약학과 재학생 수는 2008년 6000명에서 지난해 1만3000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고, 대학이 올리는 등록금 수입은 연간 5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일부 대학들은 ‘산학협력 활성화’ ‘기업 맞춤형 인재 양성’이라는 명분으로 계약학과 학생들을 ‘정원 외’로 선발하고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계약학과를 개설하면 등록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계약학과에 입학해 업무와 학업을 병행한 학생들은 졸업하면 일반 학생과 똑같은 ‘4년제 정규학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중도에 회사에서 퇴사하거나 휴학하면 제적된다.

그런데 일부 대학은 직장인들을 위해 개설된 계약학과에 일반 수험생들이 시험 없이 입학하는 통로로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을 모집하는 학원에서는 400만원을 내고 학원수강을 받게 했다. 여기엔 업체소개비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또 다른 S대학 계약학과인 환경조경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이 소개받은 업체에서 월 60만원을 받고 근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취업도 시켜주고 대학도 보내준다’는 말에 혹했던 학생들이 부당한 조건 속에서 사실상 ‘열정페이’ 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업체들은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학생 등록금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납부하라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2월 해당 S대학 학과장과 미용업체 관계자 등 19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S대학은 “계약학과 부정입학은 우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사실과 다르다”며 “혹시 부정이 있었다면 업체의 잘못이고 이 경우 오히려 우리가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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