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느린 가수 거미 “데뷔 13년차? 내게 중요한 건 꾸준히 좋은 음악 하는 것”

[쿠키人터뷰] 느린 가수 거미 “데뷔 13년차? 내게 중요한 건 꾸준히 좋은 음악 하는 것”

기사승인 2015-04-20 17:25: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가수 거미(본명 박지연·34)는 느린 음악을 하는 대표 주자다. 대중들과 친화적이기보다는 자신만의 노선을 걷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기 위해 몇 년이고 좋은 노래를 찾는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가요계와 거미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거미가 리메이크 앨범 ‘폴 인 메모리(Fall In Memory)’를 냈다. ‘너를 사랑해’ ‘해줄 수 없는 일’ 등 1990년대 주옥같은 남자 가수들의 노래를 골라 자신의 목소리로 변주했다. “아시다시피 저는 장르 변화를 많이 주는 가수는 아니잖아요?” 웃는 거미를 20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했다. “편곡을 많이 해 봐야 오히려 기존 곡에 친숙한 대중들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목소리로 차별화하자고 생각했죠. 남자 가수들의 곡을 제가 부르면 신선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4년 만에 내는 앨범이 리메이크다. ‘한 가창력’ 한다는 가수들은 누구나 한 번씩은 내는 리메이크 앨범이라지만 거미의 선택이 리메이크일 줄은 몰랐다. 본인의 곡으로 찬 앨범을 내고 싶지 않았냐고 물으니 “데뷔 때부터 줄곧 리메이크 앨범은 꼭 내고 싶었다”고 거미는 고개를 저었다. “최근 1990년대 음악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지만 댄스에 편중된 경향이 있잖아요. 그때는 다양한 장르들이 폭넓게 사랑받았던 때고, ‘그러면 나는 다른 장르를 해 볼까?’ 하고 생각했어요.” 거미에게 이번 앨범은 쉬어가는 휴식시간 같은 앨범이다. 예전 음악을 대중과 함께 들으며 마음도 편히 가지고, 추억도 생각하고 싶었다고.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최근 서울 청계천에서 가진 버스킹 또한 그 일환이다.

다들 흔쾌히 거미의 리메이크를 허락해줬기에 더욱 보람찼던 작업이었다. ‘해줄 수 없는 일’은 절친한 친구인 박효신의 데뷔곡이지만 거미에게도 남다른 기억으로 다가오는 곡이다. “박효신씨가 데뷔했을 때 저는 데뷔를 준비하는 연습생이었거든요. 갓 데뷔한 박효신씨를 브라운관에서 보며 ‘정말 잘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 같은 건 우물 안 개구리구나’ ‘부럽다’ ‘좋겠다’ 같은 생각을 정말 많이 했죠.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들이었기도 했고. 추억이 많아요.” 재미있게도 거미는 리메이크 앨범 전에도 박효신의 노래를 꽤 많이 불렀다. 바로 노래방에서다. 휘성, 박효신, 나얼 등 1981년생 가수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부르길 즐긴다고. 데뷔 초부터 지속해 온 ‘노래방 친구들’이다.

박효신 반응은 어땠을까. 음악적으로 까다롭기로 소문난 박효신이라 거미도 걱정을 많이 했다. 녹음된 노래를 듣고 안 좋아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생각 외로 “너무 좋다”고 호평했다고. “원곡도 그렇지만, 슬픈 노랜데 신파조는 아니잖아요. 아름다운 느낌이 들게 하려고 노력한 곡이에요. 관악기나 현악기가 많이 들어가고, 전체적으로 풍성한 느낌을 원했어요. 여태까지 시도해보지 않은 스타일의 편곡이었는데, 외국 아티스트로 치면 셀린 디옹 같은 느낌이에요.”

거미라는 이름에 쌓인 기대치만큼 매번 새 앨범을 만들 때마다 부담이 크다. 크게는 장르부터 작게는 자신의 겉모습까지 얼마나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 고민이 정말 많다고 거미는 털어놨다. “저번 앨범은 발라드이긴 하지만 제 고집이 강한 앨범이었어요. 대중에게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한 번은 해야 하는 음악이었죠.” 자신이 할 수 있는 음악 안에서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지만, 굳이 큰 틀을 깨거나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거미는 털어놨다. “그래도 꾸준히 찾아주시니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제 분수를 잘 알아서 그런가. 하하하.” 가장 큰 목표가 뭐냐고 물으니 “지금처럼 꾸준히 가는 것”이란다. 일견 쉬워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목표다.

“좋은 곡을 만나려는 노력은 항상 하고 있어요. 하지만 곡이 없는데 조바심 내서 빨리 활동하고 싶지는 않죠. 데뷔 13년차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벌써 그렇게 됐나’하고 깜짝깜짝 놀라곤 해요. 저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같은 마음으로 노래를 하거든요. 앞으로도 쭉 그렇게 하고 싶어요.”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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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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