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이슈 리마인드] “부정부패 척결” “발본색원” 외치다 부메랑 맞은 이완구

[김민석의 이슈 리마인드] “부정부패 척결” “발본색원” 외치다 부메랑 맞은 이완구

기사승인 2015-04-22 04:30:55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당면한 경제 살리기와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패를 척결하고 국가기강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에서 이 자리에 섰다.”

“이제 더 이상 늦기 전에 과거부터 오랫동안 누적돼 온 부정비리, 비정상적 관행과 적폐 등 우리 사회의 암적인 요소들을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고 있는 고질적인 적폐와 비리를 낱낱이 조사하고 그 모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여 엄벌할 것이다. 부패에 관한 한 철저한 ‘무관용 원칙’에 따라 다시는 부정부패가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근절해 나가겠다.”

20일 사의를 표명한 이완구(65) 총리는 상상이나 했을까요. 취임 후 첫 대국민 담화에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외친 말들이 ‘자신’을 정조준하게 될 줄 말입니다. 이 총리는 사정을 외치다 사정대상 1호로 지목돼 결국 사의를 표했습니다. 취임 63일 만입니다.

이 총리는 지난 1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부터 온갖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이 총리 본인과 차남의 병역 면제 의혹을 시작으로 부동산 투기 의혹, 교수 특혜 채용 의혹, 삼청교육대 핵심 역할 의혹, 논문 표절 의혹, 언론 외압 의혹 등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 정부 다섯 번째 총리가 된 그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고 외쳤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대규모 사정을 예고한 것은 MB정권을 제물 삼아 집권 후반의 국정운영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검찰은 MB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첫 타깃은 성완종 전 회장이 대표로 있었던 경남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터집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끓기로 결심하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 실세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 이를 뒷받침하는 메모를 남긴 겁니다. 이 ‘성완종 리스트’에 이 총리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성 전 회장은 사망 직전 인터뷰에서 “2013년 4월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의 선거자금을 건넸다”고 말했습니다. 성 전 회장은 또 “자신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의 배경에는 ‘부패척결’을 주문한 이 총리가 있다”면서 “개혁을 하고 사정을 한다는데 대상이 누군지 모르겠어요. 사정을 해야 할 사람이, 당해야 할 사람이 거기가 사정하겠다고 소리 지르고 있는 사람이 이완구 같은 사람. 사실 사정대상 1호”라고 말합니다.

이 총리는 처음에는 뇌물수수 의혹을 극구 부인합니다.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라고 했다가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있다”고 말을 바꿨고, “성 전 회장이 다녀간 것을 기억 못 한다”고 했다가 “인사한 사실은 있다”라고 말을 또 바꿨습니다. 또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초강수 발언’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된 뒤 10여일을 버티던 이 총리는 지난 20일 해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부정부패 발본색원을 외치다 ‘솔선수범한’ 모양새라니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과연 그는 ‘무관용 원칙’을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요?

네티즌들도 강하게 비꼬고 있습니다. 이미 한 차례 ‘부정부패와 맞닥뜨린 이완구 총리’라는 제목의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국무총리실 공식 트위터가 거울 앞에 선 이 총리의 모습을 찍어 올린 것에 한 네티즌이 “부정부패와 맞닥뜨린 이완구”라고 설명을 달아버린 겁니다.

최근엔 애니메이션 ‘날아라 호빵맨’의 한 장면으로 세균맨이 손을 씻는 모습이 이 총리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기가 막힌다. 세균맨은 손을 씻어도 세균맨”라거나 “김정은이 인권운동하는 소리” 등의 댓글을 달며 한껏 비꼬고 있습니다. “이 총리는 가장 어려운 싸움인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하려 한다”는 댓글도 눈에 띄네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이 총리 거취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내각과 비서실에게 안정적인 국정관리를 당부해 이 총리의 사의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 총리의 업무를 당분간 대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불명예 퇴진이 아닌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총리는 정홍원 전 총리가 유일합니다. 정 전 총리의 경우도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가 연이은 후보자들의 낙마로 다시 총리 자리에 불러들이는 ‘촌극’이 연출됐었죠. 6번째 총리 후보 지명자는 누가 될까요? 그는 무사히 총리 자리에 앉아 문제없이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 벌써부터 불안합니다.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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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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