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피해자 되기 싫다”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에 병원·학교 줄줄이 행사 취소

“메르스 피해자 되기 싫다”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에 병원·학교 줄줄이 행사 취소

기사승인 2015-06-06 01:44:55
“메르스 확진자, 감염된 줄 모르고 온갖 행사 참석” 일반 시민 커지는 불안감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보건당국과 감염내과 전문가들은 메르스 그 자체보다 과도한 심리적 공포심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하지만 공포심 확산을 차단하기는 역부족인 듯 보인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괴담에서 비롯된 잘못된 의학정보에 주의할 것을 일반 국민에게 당부했지만 약국, 마트 등에서 벌어지는 바세린 품귀현상은 여전하다. 한 시민은 기자의 질문에 “약국에서 ‘바세린’을 사려는 노인을 봤다”며 “약국 관계자도 안 바른 것보다 낫다는 반응을 보여 주변 손님들도 덩달아 사갔다”고 말했다.

또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확산될 것이란 공포에 당초 예정돼있던 지역 및 의료계 행사들이 줄지어 취소되고 있다.

한 대학병원에서는 오는 8일, 9일 예정된 있던 병원 심포지엄과 건강강좌 일정을 이틀 앞두고 취소했다. 최근 감염 사실을 알지 못한 한 대형병원 의사가 병원 심포지엄에 참석하면서 격리대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던 것이 이 병원 행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6월은 각종 의료계 심포지엄이 많은 달이기도 하다. 다수의 국내 의료진이 한 곳에 모일 뿐 아니라 해외 유명 석좌들이 국내 학회를 찾는다. 그러나 올해에는 하계 심포지엄을 여는 학회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학회 소속 교수는 “초청된 해외 석좌교수들이 한국의 메르스 사태에 민감해하며 참석을 철회했다. 당장 주제 발표할 강연자가 없어 행사 취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B학회 소속 교수도 비슷하게 토로했다. 참석하기로 예정된 해외 교수가 참가비를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는 것이다. 감염병의 특성상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이번 주말까지 메르스 추이를 살펴 오는 8일 서울 강남지역 각급 학교에 대한 휴업령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확진판정 받은 의사의 동선을 고려해 강남구, 서초구에 위치하고 있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166개에 대해 휴업령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밝히 두 지역에는 8만6000여명의 학생들이 있다. 휴업령 시행 여부는 7일 오후 중 결정해 각 학교 측에 통보하기로 했다.

초기대응에 실패한 보건당국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거세지면, 병원과 학교, 회사 등이 휴업, 휴무 등의 방식으로 메르스 차단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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