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병원 “메르스 환자 살리려다 감염된 의사·간호사 신상공개 안타깝다”

건양대병원 “메르스 환자 살리려다 감염된 의사·간호사 신상공개 안타깝다”

기사승인 2015-06-18 05:57:55

박창일 건양대병원 의료원장 “국민 불안감 이해하지만 메르스와 싸우는 의료인 가족 개인신상 SNS에…응원보다 감염병 환자 취급 현실 안타깝다”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병원 직원들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보호장구를 두 겹, 세 겹 착용한다고 하더라도, 고농도 바이러스를 내뿜는 환자를 처치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그런 일인 줄 알면서도 환자를 살리겠다는 신념 하나로 병실을 들어섭니다. ‘대처가 미흡해 의료인 감염됐다’는 질책보다 불안감 접어두고 책임감 하나로 최전선에서 일하다 감염된 의료인을 응원해주십시오.”

박창일 건양대병원 의료원장의 목소리에서 병원 수간호사가 확진 판정을 받은 그 날의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지난 15일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1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날 추가된 1명의 확진자는 메르스 환자 살리려던 30대 수간호사다.

현재까지 메르스 확진자 중 병원 종사자는 26명, 이 중 간호사는 9명으로 가장 많다. 해당 간호사는 방호복을 모두 착용한 채 심폐소생술에 나섰지만 처치 과정에서 뿜어져나온 환자의 체액이 몸에 묻으면서 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감염위험이 높은 환자를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는 것을 ‘바이러스 전파’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일이다. 증상이 악화된 환자의 체액과 혈액에는 고농도의 바이러스가 들어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시도하는 기관지 내시경, 흡인, 기관내 삽관 과정에서 환자가 토해내는 미세 침방울이 고농도 바이러스가 든 ‘에어로졸’ 형태로 바뀌어 공기 중에 떠 있게 된다. 신체접촉을 막는 보호장구를 착용하더라도 환자가 내뿜은 고농도바이러스이 중환자실을 가득 메우게 되고, 그 공간에 같이 있는 의료인은 감염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개인보호장구는 입을 때와 마찬가지로 벗을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벗는 과정에서 의복에 묻은 환자의 체액과 혈액이 피부에 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창일 의료원장은 “감염된 수간호사는 36번 환자 사망 직전 심폐소생술 과정에 투입된 간호사다. 일반적인 의료처치가 아닌 생과 사를 오가는 긴박한 상황이다. 의료진이 아무리 보호장구 착용에 관한 규정 등을 숙지하고 있어도 긴박한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옮을 수 있다’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 한다. ‘조심해달라’ 당부하지만, 죽어가는 환자를 보고 내 몸을 먼저 돌보는 의료인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간호사의 확진판정 이후 접촉한 의료진의 집단 격리가 발생했다. 이에 대전지역 일부 학부모들은 SNS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메르스 발생한 병원 의료인과 그의 가족의 신상정보를 공유하는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박 원장은 메르스 환자를 살리려다 쓰러진 의료진을 격려하거나 자랑스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자녀들을 ‘메르스 가족’이라 낙인 찍고 정서적 격리시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일부 학교에서 ‘부모가 건양대병원 다니는 학생은 손들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료진도 일반인처럼 메르스가 두렵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메르스와 사투하는 환자들을 내버려둘 순 없지 않은가. 우리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두려움을 애써 누르고 메르스와 싸우고 있는 의료인과 그의 가족들의 신상정보가 SNS에 공개되면서 전염병 환자 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메르스 감염된 간호사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국민들의 응원과 기도가 필요한 때”고 말했다.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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