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일기] “생소한 암 치료법 자세히 설명해 주었으면”

[암환자 일기] “생소한 암 치료법 자세히 설명해 주었으면”

기사승인 2015-06-20 05:44:55
위암 치료 중인 최윤희(가명·50대) 씨의 일기

어느 날, 피를 토해 병원을 찾았고, 임파선까지 전이된 위암을 판정받았다. 진단을 받는 순간, 그동안 위 관리를 하지 않은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끼니를 거르는 날이 많았고 술과 커피를 즐겼다. 위에게는 무리는 주는 일이다. 평소 건강을 자신하는 나 역시, 위암환자가 됐듯 건강을 자신하지 말고 위에 안 좋은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를 자제하고 때마다 건강한 식사를 했으면 좋겠다.

친정 엄마도 유방암으로 고통스런 항암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항암치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운 좋게도 나는 항암제 부작용이 드믄 편이다. 엄마가 유방암 항암치료로 고통스러운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나 역시 구심 구토, 머리 빠짐 등을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증세는 없었다. 다만 발바닥 피부가 아기 엉덩이처럼 약하게 물러져서 맨발을 딛고 걷기가 어려워 한 여름에도 수면양말을 신었다.

처음부터 대형병원은 온 것은 아니다.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다가 치료확신이 서지 않아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어 임상시험 중인 좋은 약이 있으니 참여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여러 병원을 떠돌다 서울까지 왔는데, 처음부터 임상시험을 해보자는 얘기를 들으니깐, 매우 불쾌하고 속상하더라. 임상시험하면 떠오르는 것이 병원이 환자를 ‘마루타’로 삼는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임상에 참여한 덕분에 놀랄 정도로 전이 암이 줄어 수술이 가능한 상태가 됐지만, 당시 임상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불쾌했다.

만약 당시 의료진이 조금만 더 상세히 설명을 해줬더라면, 임상시험에 대한 거부감이 그리 크지 않았을 것 같다. 단순히 신약의 혜택을 먼저 보는 것이란 설명은 이 병원, 이 의료진만 믿고 이곳을 찾아온 환자들에게 설득되지 않는 말이다.

유명한 명의는 환자들과 정성껏 얘기할 시간이 없다.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물으면 무조건 걱정 말라, 괜한 걱정이다 하면서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하지만 환자의 보호자의 마음은 다르다. 일반적인 내용이라도 앞으로 어떤 치료를 받고, 현재 받은 치료가 나에게 어떤 효과를 보이는 건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치료들이 남았는지, 자세히 알려준다면 환자들의 불안감은 줄 것이다.

이런 암환자들의 심정을 헤아려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려는 의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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