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형 내거] 김수현, 스펀지급 캐릭터 소화… ‘동일 인물 맞나요?’

[이 형 내거] 김수현, 스펀지급 캐릭터 소화… ‘동일 인물 맞나요?’

기사승인 2015-06-24 10:49:55

[쿠키뉴스=이혜리 기자] “허당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힘을 빼는 연기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제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드라마가 끝난 지는 좀 됐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아직까지 여운이 진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KBS 예능드라마 ‘프로듀사’가 방영되기에 앞서 배우 김수현이 전한 말이다. 그의 목표는 200%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조막만한 얼굴에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진 김수현이 어리바리한 신입사원 백승찬으로 180도 변신했다. 완벽해 보이는 김수현에게도 ‘지질함’ 세포가 있다는 것을 무리 없이 증명해냈다.

‘프로듀사’의 인기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호흡을 맞춘 김수현과 박지은 작가가 다시 만난 것 그리고 드라마계를 대표하는 표민수 PD와 예능 대모 서수민 PD의 조합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배우 라인업도 탄탄했다. 베테랑 배우 차태현과 공효진, 아이콘 아이유를 비롯해 제 역할을 톡톡해내는 박혁권 예지원 김종국 등의 조연들이 대거 합류한 것. 뿐만 아니라 54명의 카메오 군단의 출연이 이어져 드라마는 지겨울 새 없었다.

‘어벤져스급’ 라인업을 구축했지만, 안타깝게도 ‘프로듀사’는 김수현의, 김수현에 의한, 김수현을 위한 드라마로 남았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남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한국을 넘어 중국 대륙까지 점령했던 톱스타 김수현이 어설프고 허점투성이 남자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사고뭉치에 눈치도 없지만 사랑 앞에서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상남자’ 면모도 보였다. 극중 선배 탁예진(공효진)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은 순정남의 모습에 여성 시청자들은 함께 마음 아파했다.

그간 드라마에서는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순정남 캐릭터가 꼭 등장했다. 뻔할 수 있었던 김수현의 순정남 캐릭터에 열광할 수 있었던 건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그의 연기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MBC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2007)로 데뷔한 김수현은 처음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2년 후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고수 아역으로 분해 깊은 감정연기를 소화했다. ‘이런 배우가 어디에 있었나’ 할 정도로 김수현은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KBS2 ‘드림하이’로 주연을 맡아 그의 이름 세 글자를 제대로 알렸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북한 공작원, 잘생긴 외계인 등을 연기하면서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팔색조 매력을 펼친 김수현. 동일 인물이 이 많은 역할을 모두 다르게 연기한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여느 20대 남자배우들과는 조금은 다르지만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지금보다 김수현의 5년 후, 10년 후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프로듀사’ 백승찬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시청자들은 곧 또 다른 김수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영화 ‘리얼’에서 성공과 욕망에 눈이 먼 남자 장태영 역을 맡아 관객들을 찾아온다. 카멜레온 같은 김수현의 새로운 연기는 벌써부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hye@kmib.co.kr

코너명 : 자랑할 이?, 형 형兄, 어찌 내奈, 횃불 거炬. ‘어둠 속 횃불같이 빛나는 이 형(혹은 오빠, 언니)을 어찌 자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뜻으로, ‘이 오빠 내 거’라는 사심이 담겨있지 않다 할 수 없는 코너명.
이혜리 기자
hye@kmib.co.kr
이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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