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인 사람일수록 메르스 격리상황 잘 견딘다”

“이타적인 사람일수록 메르스 격리상황 잘 견딘다”

기사승인 2015-06-25 05:00:55

꺼지지 않는 메르스 공포, 격리해제자 일상 복귀 막아
메르스 격리자, 지역사회 전파 막은 공로 인정돼야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메르스 퇴원자나 격리에서 해제됐다는 사람들이 일상을 복귀했을 때 그들이 받는 시선이 ‘환영’과 ‘축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의 경우 당분간 학교에 오지 말라고 통보하는 곳도 있고 격리됐던 회사원의 경우 빠른 업무복귀를 달가워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감염병 전파자’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혀 일상생활이 제한된 사람들이 14일 잠복기가 지난 이후에도 집 밖을 나가지는 않는 등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퇴원자, 격리해제자 모두 메르스의 위협으로부터 해방은 됐지만 여전히 지역사회 내 존재하는 메르스 공포가 그들을 집 안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격리해제자 김재용(가명·40대)씨는 “사람들이 겉으로 티는 내지 않지만 함께 식사할 때 나와의 접촉을 되도록 피하려는 것을 느꼈다. 최근 최장 잠복기 14일을 지나서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환자들이 나오면서 격리해제자도 안전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현재 가정에 격리되어 있는 메르스 의심자는 일상행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우울증, 분노, 억울함 등의 감정을 겪는다고 한다. 특히 ‘수퍼전파자’자와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던 경우, 보건당국의 엄격한 격리조치에 억울함과 분노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이번에 35번 메르스 환자가 참석했던 재개발 조합 행사에 참석했다가 메르스 의심자로 분류되어 격리된 경우 답답함과 억울함을 느끼는 경향이 크다. 자신이 보기에는 메르스 감염 가능성이 없는데 친인척의 결혼식이나 손자·손녀의 돌잔치 등 소중한 가족모임 등에 참석하지 못할 때 감정이 격해진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격리 상황을 잘 이겨내는 방법은 ‘이타심’에 있다고 설명했다. 행여 자신의 행동 때문에 지역사회에 메르스가 전파될까 염려하는 마음이 클수록 엄격히 통제된 격리상황을 잘 버틴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한국의 메스르 상황이 중국의 사스 때와 비슷하다. 그 당시 나온 연구논문들을 살펴보면 자가 격리자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격리 해제 후에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타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격리된 동안 또는 격리 해제 후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드문 편”이라고 설명했다.

엄격히 따지지만 자가격리자는 메르스 전파자가 아니라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종식시키는데 기여한 인물들이다. 바이러스 전파의 맥을 끊고자 자신을 철저히 집 안으로 가뒀다. 이들이 지켜주는 격리수칙 덕분에 일반인들은 자유롭게 지하철을 타고 일상생활을 영유할 수 있는 것이다.

백종우 교수는 “상담을 해드리며 칭찬을 해드린다. 여러분 덕분에 지역사회로 메르스가 전파되지 않고 있다며 잘 하고 계신거라고 칭찬해드리고, 격려해드린다. 2주간의 격리에 협조한 분들께 박수를 보내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kubee08@kukimedia.co.kr 사진=ⓒAFP BBNews = News1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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