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초점] 엑소는 어떻게 2달 만에 100만장을 팔았을까

[쿡초점] 엑소는 어떻게 2달 만에 100만장을 팔았을까

기사승인 2015-07-02 09:00: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지난 2013년 그룹 엑소(EXO)는 정규 1집 ‘엑소엑소(XOXO)’로 100만장 판매 기록을 세웠다. 173만장이 팔린 그룹 지오디(god) 4집 앨범 ‘챕터4(Chapter4)’ 이후 무려 12년 만의 밀리언셀러였다. 1집이 100만장을 넘기는 데 걸린 시간은 7개월이었지만 2집 ‘엑소더스(EXODUS)’는 2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엑소가 12년 만의 밀리언셀러를 두 번 연속 달성하고 시간마저 단축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100만장 판매는 다시 나오기 힘든 기록이라 믿었다. 그래서 엑소의 음반 판매량은 그 자체로 대단한 기록이라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 기록의 의미는 과거와 조금 다르다. 예전처럼 단일 앨범으로 이뤄낸 것이 아니라 리패키지 앨범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앨범 판매를 합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같은 앨범을 여러 번 구입하는 팬들의 구매력에 의존한 결과이기도 하다. 높은 인기를 기반으로 한 기획사의 다양한 판매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엑소의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음반의 상품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 팬들의 중복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을 펼쳤다. 엑소는 같은 앨범을 한국어와 중국어 버전으로 나눠 발매한다. 엑소가 지난 3월 30일 발표한 정규 2집 ‘엑소더스’의 한국어 버전은 47만454장, 중국어 버전은 28만3177장이 팔려 합계 75만3860장의 판매를 기록했다. 여기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몇 곡의 신곡을 추가한 리패키지 앨범을 앨범 디자인을 바꿔 또 두 가지 버전으로 발매한다. 지난달 3일 발표한 2집 리패키지 ‘러브 미 라잇(LOVE ME RIGHT)’는 한국어 버전과 중국어 버전을 합쳐 선주문으로 37만 1160장이 팔렸다. 네 종류 앨범의 판매량을 합치면 112만5020장이다.(2015년 6월 가온차트 기준)

이 뿐 아니라 정규 2집 앨범을 엑소 멤버 10명의 얼굴이 각각 커버에 인쇄된 10가지 버전으로 발매했다. 한국어, 중국어 버전을 합치면 총 20가지 버전이다. 각 앨범의 옆면엔 엑소의 엠블럼 일부가 그려져 있어 10장의 앨범을 다 모아야 전체를 볼 수 있다. 또 멤버별 20종의 포토카드와 10종의 포스터도 무작위로 들어가 있다. 앨범 구매자가 선호하는 멤버의 포토카드와 포스터를 얻기 위해선 다른 앨범을 더 구매하거나 다른 팬들과 교환해야 하는 구조다.

팬 사인회도 아이돌 그룹의 앨범 판매 전략 중 하나다. 사인회에 참석하기 위해선 지정된 레코드점에서 앨범을 산 후 그 안에 들어있는 추첨권이 뽑히기를 기대해야 한다. 그래서 사인회에 꼭 가고 싶은 팬들은 추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같은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가수들의 팬사인회를 소화하는 영풍문고 레코드 부문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한 번에 10장 이상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100장 넘게 사 간 경우도 있다”며 “팬사인회를 하면 매출이 많게는 5~6배까지 늘어난다”고 밝혔다. 엑소는 정규 1집 앨범 발매 후 29회, 정규 2집 앨범 발매 후에는 4회의 팬 사인회를 열었다.

이와 같은 판매 전략은 엑소이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엑소와 그들 음악의 인기는 매우 높은 편이다. 엑소는 올해 음악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1위를 차지한 가수다. 정규 2집 타이틀곡 ‘콜 미 베이비(CALL ME BABY)’로 지난 4월 5일에서 5월 2일까지 18번, 지난달 10~21일 사이에 ‘러브 미 라잇’으로 11번의 1위를 차지해 총 29번이나 1위에 올랐다. 엑소의 글로벌 팬클럽 엑소-엘(EXO-L)의 가입자 수는 현재 330만여 명에 달한다.

더 이상 CD로 음악을 소비하지 않기에 음반이 음원 저장의 목적보다 소장품의 성격을 띠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아이돌 그룹의 음반에 화보집을 비롯해 각종 부록이 추가되는 경향도 이 때문이다. 음반의 구매층이 일반 대중에서 일부 팬들로 좁혀진 상황에 맞게 판매 전략을 짠 결과다.

음반의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판매 전략에 대한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음원 유통사가 대부분의 음원수입을 가져가는 비정상적인 음원 수익 구조가 이 같은 기형적인 판매 전략에 큰 몫을 한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온라인 음원 판매로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격적으로 음반 판매 전략을 짜야 하는 것이다. 음악 프로그램이 아직도 음반 판매량을 순위 기준에 포함하는 것 또한 팬들에게 경쟁적으로 음반을 반복 구매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엑소는 오는 18~19일 중국 베이징 마스터카드 센터에서 단독 콘서트 ‘엑소 플래닛 #2 ? 디 엑솔루션 인 베이징(EXO PLANET #2 - The EXO’luXion - in BEIJING)’을 개최할 예정이다.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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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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