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이태호 부사장 “기업 혁신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인터뷰]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이태호 부사장 “기업 혁신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기사승인 2015-09-12 01:00:55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23년 간 근속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함께 호흡을 맞춘 ‘가족 같은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혁신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나옵니다. 경쟁과 효율만을 앞세운 기업 문화는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죠. 사람의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 문화가 회사 혁신의 토대가 됐습니다.”


우리나라 직장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기업문화, 회사 내 인간관계 등에 적응을 하지 못해 이직을 고민한다. 특히 이직이 잦기로 소문난 곳이 있다. 바로 ‘제약업계’다. 경쟁과 효율성을 앞세운 다국적 제약사는 20년 이상 근속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치열한 경쟁체제 하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장에서 뚝심 있게 한 우물을 파온 인물이 있다. 바로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이태호 부사장이다. 이 부사장은 이곳에 입사 후 23년동안 근속을 거쳐 CFO(최고 재무책임자)가 됐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CFO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떻게 될까. 이 부사장은 “1993년 우연히 신문에서 제약사 채용공고를 봤다. 당시만 해도 토요일에 쉬는 회사가 거의 없었는데, 이곳은 ‘토요일 휴무’를 시행했다. 파격적인 복지로 다가왔다.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었고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입사 후 원가담당 등 재경과 관련한 부서를 두루 거쳐 현재는 회사에서 재경부(Finance&Administration) 부사장을 맡고 있다. 입사 후 사내연애로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아 가정을 이뤘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분위기 좋기로 소문난 제약기업이다. 그는 장기근속을 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뜻 맞는 직장 동료들과 오랜 시간 호홉을 맞춰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그 비결”이라고 말했다. 130여 년 동안 의약품 개발 외길을 추구해온 베링거인겔하임은 다른 다국적 기업과 다른 장기근속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이 부사장 뿐 아니라, 한국베링거인겔하임 군터 라인케 전 대표는 40년 근속 끝에 한국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또 리히터 전 대표도 33년 근속 후 은퇴했다. 이 외에도 20년 이상 장기근속자를 이 회사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소통에 있어서도 수평적이다. 이 부사장은 “친목활동, 봉사활동 등을 함께 하며 상사와 후배 간에 열린 소통을 하다 보니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도 보고 체계에 얽매이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 때문에 문제해결이 빠르다”고 강조했다.


장기 근속자가 많다 보니 한 분야에서 깊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연륜 있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 부사장은 “경험과 연륜으로 무장한 전문가들의 수평적이고 투명한 소통이 이루어져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업문화 덕분일까. 베링거인겔하임은 23년이 지난 지금 급속으로 성장했다. 이 부사장은 “23년 전 회사를 입사했을 때 매출이 100억원이 안됐다. 1년에 100억원씩 성장했다. 23년이 지난 지금 2300억원이라는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며 “이 모두가 회사와 함께 성장한 직원들이 이뤄온 사람 간의 혁신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태호 부사장은 발이 넓다. 업무적으로 유한양행 등 국내제약사와 파트너십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고, 조직 내에서는 팀 형성에 집중한다. 흥미로운 것은 퇴사한 사람도 적극적으로 만난다는 점이다. 이 부사장은 “퇴사한 분들 중에는 회사의 성장, 위기를 함께 겪은 분들이 많다. 이분들도 회사의 중요한 자산으로서, 자문을 구하면 좋은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개인 시간을 내어 사회혁신가들의 모임인 ‘아쇼카 프렌즈’ 활동을 한다. 이 모임은 사회에 긍정적인 혁신을 일으키는 사회혁신가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활동을 돕기 위한 금전적 지원과 함께 인적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단체다. 이 부사장은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사람중심 리더십’이라고 명명했다.


이 부사장은 “인사가 만사다. 아무리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도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인간적 접근이 회사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라며 “우리 회사는 가족과 같은 회사다. 장기근속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내 자식도 우리 회사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곤 한다. 회사가 4대째 이어오는 비결 역시 ‘후손에게도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는 창립자의 다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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