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청춘의 아이콘이 42세 제작자로… 북치고 장구치다 더 멋있어진 정우성

[친절한 쿡기자] 청춘의 아이콘이 42세 제작자로… 북치고 장구치다 더 멋있어진 정우성

기사승인 2015-12-18 13:13: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배우 정우성은 인생을 영화처럼 삽니다. 빼어난 외모만 영화같은 것은 아니죠. 배우를 넘어 실제 연출과 제작에 참여하고 싶은 욕망을 숨기지 않습니다.

시작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0년 정우성은 그룹 지오디(god) 2집 ‘그대 날 떠난 후에’ 뮤직비디오로 감독에 데뷔하게 됩니다. 장·단편 극 연출은 아니었지만 여러 인터뷰에서 연출에 대한 꿈을 숨기지 않던 그는 2002년 지오디 4집 수록곡 3곡 뮤직비디오를 모은 ‘LOVE b’로 제1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개막작의 영광을 누립니다. 2007년에는 감독 데뷔를 위해 직접 영화사까지 차렸고, 2012년 9월에는 케이블채널 XTM 새 광고 모델로 나서며 총 연출 감독까지 맡았습니다.

이쯤 되면 정우성이 가고 싶은 길은 분명해 보입니다. 배우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연출 기회만 오면 잡겠다는 것입니다. 청춘의 아이콘을 넘어 마흔 두 살이 됐지만 여전히 죽지 않는 외모, 최근 출연작들의 흥행세 등으로 인해 지연되고 있지만 ‘감독 정우성’을 만날 날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

‘감독 정우성’이 늦어지고 있는 와중에 ‘제작 정우성’을 만났습니다. 새해 1월 7일 개봉하는 정우성·김하늘 주연의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는 제작사 더블유(W) 팩토리의 창립작품이다. ‘W’는 정우성의 이름 이니셜을 뜻합니다. 정우성이 제작자로 깜짝 변신한 것이죠.

이 영화를 연출한 이윤정 감독은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스크립터로 일하다 정우성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미국에서 연출 공부를 하던 이 감독은 ‘나를 잊지 말아요’ 단편 영화를 찍었고, 이를 토대로 장편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그리고 평소 친분을 이어오던 정우성에게 시나리오 검토를 부탁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영화계에서 숱하게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런데 정우성은 이 영화 제작에 직접 나섰습니다. 정우성은 제작보고회에서 “처음엔 제작사를 소개해주려 했는데 기존 제작사들은 이 시나리오의 독특함을 잘 받아들이지 않더라”며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제가 발목이 잡혀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이어 “이 감독 시나리오에서 새로운 멜로의 가능성을 봤다. 후배 영화인들의 꿈과 열정이 눈앞에 그려지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영화엔 미스터리가 숨겨져 있는데 과장되지도 않았지만 밋밋하지도 않다. 기존 제작사들 중에선 이 부분을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나는 감독의 의도와 원안에 대한 훼손이 없기를 원했다. 제작자로서 어떻게 지켜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처음 영화를 시작하는 후배들이 자신만의 어법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랐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작은 물론 직접 출연한 배경에 대해선 “이 감독이 내게 시나리오 검토를 부탁하면서 출연해달라는 얘기를 안 하길래 물어보니 감히 못 물어봤다고 하더라”며 “후배 영화인들이 좋아하는 선배들 앞에서 용기를 냈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영화 제작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캐스팅에 이르기까지, 제작자 겸 주연을 모두 본인이 원했다는 뜻입니다.

이 감독은 “장편 제작을 준비하면서 정우성 선배의 조언과 도움이 큰 힘이 됐다. 내게 용기를 줬고 기회를 줬다. 영화를 현실로 이뤄가는 과정에서 많은 배움을 얻었다”며 “시나리오의 모델로 삼으면서도 ‘정우성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정우성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런데 정우성 선배가 할 수 있다고 일깨워줬다”고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연기력 논란과 캐릭터 소화 능력에 따른 평가가 엇갈렸지만 배우 정우성은 여전히 멋있습니다. 후배를 생각하는 제작자 정우성의 마음도 멋있습니다. 이제 감독 정우성은 어떨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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