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상술·꼼수 넘쳐나는 ‘기념일’ 마케팅… 알고도 호갱되는 웃픈 대한민국

[봉기자의 호시탐탐] 상술·꼼수 넘쳐나는 ‘기념일’ 마케팅… 알고도 호갱되는 웃픈 대한민국

기사승인 2016-02-24 14:46:55



강주형 아나운서▷ 봉기자 호시탐탐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봉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 해볼까요?

조규봉 기자▶ 대한민국은 기념일 천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밸런타인데이가 있었고요. 화이트데이, 로즈 데이, 빼빼로 데이 등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기념일이 있는데요. 업체들은 당연스레 세일 이벤트를 합니다. 이른바 데이 마케팅이 벌어지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게 사실 세일이 아니라 바가지라는 것인데요. 오늘 자세히 알아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봉기자, 데이 마케팅이라는 게 무슨 말인가요? 그것부터 설명해주세요.

조규봉 기자▶ 데이 마케팅이라는 건, 기념일을 정해놓고 이벤트를 개최, 각 기업들이 자사 상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요즘처럼 경기 불황이 심각해지면 유통가에서는 어떻게든 매출을 올리고자 더욱 많은 데이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데요. 올해 역시 예외가 아니죠. 특히 소비 심리가 개선되는 봄을 앞두고 요즘, 수많은 유통사들이 너도나도 기념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이제 돌아오는 3월이 본격적인 데이 마케팅의 시작점이죠?

조규봉 기자▶ 그렇죠. 3일은 삼겹살데이, 7일은 삼치데이, 14일은 화이트데이입니다. 아직까지는 낯선 삼겹살데이와 삼치데이 역시 화이트데이와 마찬가지로 각종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고요. 먼저 3월 3일 삼겹살데이에는 대형마트들이 선두에 서서 삼겹살 반값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데요. 관련 업계에게는 명절에 버금가는 대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에서도 엄청난 물량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하거든요.

3월 7일은 지난 2006년 해양부와 원양어업협회가 참치와 삼치에 대한 소비촉진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지정한 날로 발음이 비슷해 지정했는데요.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참다랑어와 삼치를 시세대비 25%~50%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했습니다. 박리다매를 노린 것이죠.

강주형 아나운서▷ 사실 저는 삼치데이까지는 잘 몰랐어요. 그런데 알고 나니 왠지 그 날은 삼치와 참치를 사먹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아마 그런 부분을 노린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 싶네요. 봉기자, 그런데 그걸로 끝이 아니죠? 14일에는 일 년 중 가장 큰 기념일에 속하는 화이트데이가 또 있어요.

조규봉 기자▶ 네. 화이트 데이는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알려져 있죠. 달콤한 디저트 매출이 급증하는데요. 여러 기념일 중 가장 오래되고, 또 가장 유명한 데이기도 하죠. 이미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을 비롯해 초콜릿과 사탕 판매점과 제과,제빵 전문점에서는 판매가 시작되었고요. 이벤트도 진행 중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맞아요. 마트를 가도, 길거리에서도 사탕과 초콜릿을 파는 판매대를 흔히 볼 수 있죠.

조규봉 기자▶ 네. 그리고 하나 더 알려드리면,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뿐이 아닙니다. 원주율. 3.1415926…을 연상시킨다는 뜻으로 파이데이로도 불리거든요. 파이를 먹으면서 원주율에 대해 논하는 날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뜻을 가지고 있지만요. 파이를 생산하는 업체들에게는 전혀 손해 볼 이유가 없는 희소식이죠.

강주형 아나운서▷ 이렇게 온갖 데이들이 끊이지 않는 건 3월 뿐 만이 아니죠?

조규봉 기자▶ 그럼요. 3월이 끝난다 해도 유통가는 온통 데이 천지입니다. 3월은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죠. 가정의 달 5월의 경우를 보면요. 2일은 오리데이, 오이데이, 3일은 오삼데이, 9일은 아구데이, 14일은 로즈데이거든요.

강주형 아나운서▷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다른 행사도 많은데요. 거기에 그런 데이들까지 더하면 한 달 내내 기념일이 되겠네요.

조규봉 기자▶ 좀 웃기지만 그렇게 되겠죠. 그리고 거기에는 이유가 있는데요. 유통, 식품업체와 농협, 축협 등 유관기관이 전개하고 있는 데이 마케팅만 50여 가지에 육박하거든요. 2월 23일은 인삼데이, 6월 2일은 유기농데이, 6월 4일은 육포데이, 6월 9일은 육우데이, 추어탕데이인 7월 5일 등이 있습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와, 진짜 대단하네요. 이름 짓기도 쉽지 않았겠어요. 하지만 그 많은 데이들이 화이트데이나 발렌타이데이처럼 다 살아남는 것은 아니잖아요. 실제로 우리가 기억하고 챙기는 기념일은 그렇게 많지 않죠?

조규봉 기자▶ 당연하죠. 대부분 실패하고요. 그 중에서 빼빼로데이만이 가장 성공한 사례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전부터 존재해왔던 데이 만큼이나 성장했거든요.

강주형 아나운서▷ 맞아요. 빼빼로데이는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에 뒤지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또 챙기죠. 11월이 되면 마트나 편의점에 빼빼로가 산처럼 쌓여 있는데요. 봉기자, 빼빼로데이 역시 업체에서 만들어 낸 데이죠? 롯데인가요?

조규봉 기자▶ 빼빼로데이의 시작은 1990년대 초반 경남 지역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여중생들 사이에서 날씬해져라. 라는 의미로 날렵한 모양새의 빼빼로를 선물했는데요. 롯데제과가 그걸 마케팅으로 활용한 것이죠.

강주형 아나운서▷ 롯데제과 매출은 빼빼로데이 덕을 좀 봤죠?

조규봉 기자▶ 덕을 본 정도가 아니죠. 롯데제과는 빼빼로 매출이 수직 상승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경쟁사들은 다른 데이들을 만들었는데요. 해태에서 만든 에이스데이, 농심에서 만든 새우깡데이 등이 있지만 그 누구도 빼빼로데이를 넘어서지는 못했죠. 제가 예를 들어 드릴게요. 빼빼로데이는 1997년 처음 만들어졌고요. 당시 롯데제과는 용량을 50g에서 40g으로 줄였지만 가격 200원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롯데제과는 용량 줄이며 가격 유지 → 가격 인상 → 용량 늘리며 가격 대폭 인상 → 가격 인상 → 용량 줄이며 가격 유지. 이렇게 반복했죠. 그러니까 매출로 재미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용량을 줄이면서 가격은 그대로 해놓고. 얼마 후에 가격만 올리고. 다시 용량은 늘리고 가격은 많이 올리고. 또 올리고. 용량은 유지했다는 건데요. 그 결과가 궁금해요. 빼빼로데이가 만들어진 1997년에는 40g에 200원이었던 빼빼로. 그 후로 가격이 어떻게 변했나요?

조규봉 기자▶ 2009년엔 용량 30g에 가격은 700원이 됐습니다. 그리고 용량을 파격적으로 늘리면서 가격은 대폭 인상을 해, 42g이 된 빼빼로의 가격은 1000원으로 늘어났죠. 또 다시 용량을 52g으로 늘린 대신 가격을 200원 인상했고요. 하지만 다시 가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용량을 46g으로 줄였습니다. 결국 빼빼로데이가 시작된 1997년 이후 롯데제과는 빼빼로 가격과 용량을 6번이나 조절했는데요. 18년 만에 빼빼로 용량은 6g 늘었던 반면, 가격은 6배로 뛰었죠.

강주형 아나운서▷ 대단하네요. 데이 마케팅의 꼼수로 가장 지탄받는 것이 가격 정책이 될 수밖에 없겠어요. 봉기자, 이렇게 넘쳐나는 데이 마케팅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조규봉 기자▶ 두 가지 시선이 있는데요. 먼저 소중한 사람들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을 이용한 교묘한 상술이라는 지적이 있고요. 또 소비 불황 속, 기업들은 이윤을, 소비자들은 추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그러게요. 둘 다 맞는 말인 것 같긴 하네요. 하지만 문제는 과도한 이벤트와 할인행사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10% 할인은 이제 기본 공식이 되었고요. 이 마켓 저 마켓을 돌아다녀도 할인가가 아닌 곳이 없는데요. 그렇게 가격의 올바른 비교 대상이 없다 보니, 소비자들은 쏟아지는 할인가격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게 되어 버렸잖아요.

조규봉 기자▶ 네. 정확한 지적입니다. 가격의 올바른 비교 대상이 없다 보니 소비자들은 쏟아지는 할인가격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게 된 것이죠. 그래서 할인으로 포장된 꼼수가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대폭 할인된 가격에 구입하고도 이게 과연 싸게 잘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요. 잘 산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강주형 아나운서▷ 네. 아무래도 구매하는 입장에서 보면, 정가를 살펴보기 보다는 일단 크게 써 있는 할인율을 보게 되니까요. 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데이 마케팅은 지나친 상술이라는 인식으로만 기억될 것 같아요. 일단 기업들은 할인율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우롱하지 않아야 하고요. 소비자들 역시 무분별한 소비가 아닌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기준을 스스로 만들면 상술이라는 비판이 많이 줄어들겠죠.? 지금까지 호시탐탐이었습니다. 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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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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