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슈 팩트체크] ‘모기와의 전쟁’ 지카바이러스 살충제 대량 살포하면 사라질까

[건강이슈 팩트체크] ‘모기와의 전쟁’ 지카바이러스 살충제 대량 살포하면 사라질까

기사승인 2016-04-02 00:02:56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지카 바이러스가 지난해 5월 브라질 등 중남미를 시작으로, 동남아 중국, 미국 등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첫 지카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자,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처럼 국가적 재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지카 바이러스를 주로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Aedes aegypti) 등을 비롯한 모기를 박멸하는 살충제를 대량 살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가 모기를 매개로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에서 모기 퇴치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살충제 판매량이 급등하는 현상도 벌어졌다. 그렇다면 살충제를 대량 살포하면 지카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뎅기열’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모기가 사람에게 감염되어 생기는 병으로 고열을 동반하는 급성 열성 질환이다. 현재 국내 상용화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심각한 고열을 동반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뎅기열의 확산을 막고자 세계보건기구(WHO)는 모기 박멸을 위해 살충제를 대량 살포했었다. 이른바 ‘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패에 그쳤다. 따라서 지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살충제를 대량 살포하는 것 역시 이전에 실패한 방식과 동일하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모기의 종류는 3500종에 달한다. 이들 모기들의 특성을 파악해 박멸하기엔 역부족이다. WHO의 마리 파울리 키니(Marie-Paule Kieny) 사무차장은 “기존에 시도했던 모기 통제 및 박멸 방법이 지카 바이러스와 비슷한 뎅기열 바이러스의 확산에 큰 영향을 준다는 어떤 증거도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보다 효과적인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카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이집트 숲모기는 주로 실내에 거주하고, 제거하기 상당히 어려운 모기종이다. 지카 바이러스 창궐을 막기 위해서는 살충제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엄격한’ 분석을 거친 유전자 조작 모기를 사용하는 등 극단적인 대안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아프리카 등 온대지역에만 서식하는 모기가 미국이나 유럽으로 옮겨 황열을 일으켜 수만명의 사상자를 낸 것은 이 작은 존재가 그만큼 무시무시한 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수십년간 이어져온 모기박멸 노력은 실패했기 때문에 최선의 예방책으로 대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 상황이다. 과학기술의 획기적 발전도 모기 앞에서는 힘을 못 쓴다. 가급적 온대 지역에 방문할 때는 긴소매로 된 옷을 입고 모기 활동이 활발한 시간에는 실내에 머무는 것을 권한다. 더불어 지카 바이러스 유행 지역에는 임산부 등은 가급적 방문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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