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잘 나가던 해어화(解語花)는 왜 혼자 살았을까?”

“일제강점기 잘 나가던 해어화(解語花)는 왜 혼자 살았을까?”

기사승인 2016-07-05 16:15:20

“일제강점기 기생으로는 최초로 개인 전화를 개통했을 정도로 잘 나가던 해어화(解語花) 이진홍, 하지만 평생을 혼자 살아야 했던 이유는?”

“왜 동아일보 사회부 이서구 기자는 비행사 이기연의 추락사고 사망 소식을 그의 가족 대신 기생 이진봉에게 먼저 알렸을까?”

일제강점기 명기들의 사랑에 얽힌 이야기를 고음반 감상과 토크쇼로 풀어내는 공연이 열린다. 

고음반 연구가이자 민요 평론가 김문성씨가 오는 8일 19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반, 세기-백년의 음악을 풀다’ 공연을 진행한다. 

이날 공연에서는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명창이자 기생인 김옥엽, 이진봉, 이진홍, 박록주의 사랑 이야기를 비롯해 신민요 음반 이야기, 김옥심 명창 이야기 등 다양한 토크와 좌담, 음악 감상으로 풀어낸다. 

특히 옛 명창 및 가수들이 유성기 음반에 녹음한 ‘왜그렁타령’, ‘제전’, ‘천안삼거리’ 같은 민요와 신민요를 직접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8호 전수교육조교 최영숙,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이수자 차수연, 원로예술인 남혜숙, 유명순 명창, 오정문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명이 시인 등 유명 예술인들 10여명의 옛 소리 복원 무대도 확인할 수 있다. 또 이들 명창과 가수들의 유성기 음반 녹음을 한 장의 음반에 담아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무료로 배포된다.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열리는 이 공연에서 단연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기생은 이진홍. 1907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이진홍은 지난 세기 최고의 경기명창으로 손꼽히던 대표적인 예인이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약속했지만 기생을 집안에 들일 수 없다는 모친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힌 애인이 결국 자살을 시도, 본인이 보는 앞에서 죽는 충격을 평생 트라우마로 갖고 살면서 예술로 풀어낸 이진홍은 그래서인지 대감굿놀이 가운데 망자의 넋을 부르고 달래는 넋두리를 누구보다도 절절하게 잘 한 것으로 전해진다. 

‘넋이야 넋이로구나 녹양심산에 넋이로구나. 
넋일랑 넋반에 놓고 신의 시체는 관에 담아 
세상에 못난 망제가 놀고 갈까’(대감놀이 중 넋노래가락) 

한 때 이진홍 명창의 권농동 집에 세들어 살기도 했던 대금산조 인간문화재 이생강 명인은 무용 전공자도 아님에도 이진홍의 살풀이는 여태껏 본 살풀이 가운데 가장 아름다웠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1960년대 동아일보의 명인명창대회와 한국일보 및 문화재관리국이 함께 개최한 중요무형문화재발표회에 매년 경기민요 대표로 참여해 사계축(용산마포 일대지역을 이르는 옛말. 사계는 계를 중심으로 지역을 구분하던 것임) 계통의 대표적인 잡가를 발표하며 전승했던 이진홍 명창은 하지만 오늘날 국악계에서는 그 업적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을 정도로 재조명이 필요한 대표적인 예인이다. 김문성은 20여년 전 김옥심 명창의 외로운 삶을 추적하면서 알게 된 이진홍 명창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날 공연에서 풀어놓는다. 
 
한편 비행사 이기연과의 로맨스로 일제강점기를 풍미했던 평양 출신 기생 이진봉과 그들의 관계를 기사화했던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이서구의 이야기도 소개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박록주와 김유정의 이야기, 김동인과 김옥엽의 이야기가 1세션 ‘4기 4색, 그들의 사랑방식’시간에 그녀들이 남긴 음반과 함께 소개된다. 

2세션 ‘반세기 명반을 논하다’편은 대담식으로 진행된다. ‘그리운 이름, 김옥심’ 편에서는 김옥심 명창의 제자들인 최영숙, 남혜숙 명창이 대담을 통해 김옥심 명창의 예술세계를 회고하고 김옥심의 유성기 음반을 감상하며 복원 및 재현하는 무대를 갖는다. ‘신민요 이야기’편은 신민요연구회 회원들이 출연해 이화자, 이난영, 왕수복, 선우일선 등 일제강점기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신민요를 중심으로 감상하고 재현하는 무대로 꾸며진다. 

김문성 씨는 “이번 공연은 토크와 고음반 감상 형태의 공연양식을 확장해 복원 재현 및 대담까지 포함하는 공연으로 비록 일제강점기 및 1950, 60년대에 활동했던 소리꾼들의 신변잡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긴 하지만, 민요의 위상이 지극히 미약한 시점에서 한 번쯤은 고민해보고 점검해 볼 스타시스템과 신화구조들에 관한 이야기”라며 “이 공연에 담지 못한 소리꾼들과 목소리는 음반을 통해 소개하고, 특히 19세에 요절한 댄스가수 최향화의 ‘포구의 달빛’, 성악가 김시훈이 남긴 몇 안 되는 노래 중 한곡인 신민요 ‘복실러 간다’, 몇 년 전 작고한 묵계월 명창의 신민요 ‘임전화풀이’(원곡 이화자) 등 희귀녹음을 통해 신민요라는 장르에 푹 빠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공연은 선착순 입장으로 전석 무료공연으로 진행된다. 

박주호 기자 epi0212@kukinews.com
박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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