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령이 사는 마포경찰서 민원실

[단독] 유령이 사는 마포경찰서 민원실

기사승인 2016-10-30 16:10:40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1.서울 마포경찰서에는 유령이 산다. 으스스한 얘기가 아니다. 사람을 유령 취급하는 이상한 인원관리 현황 때문이다. 그곳에 근무하는 A주무관은 평상시처럼 공문을 보내기 위해 문서작성에 한창이다. 문서작성 후엔 반드시 본인의 이름을 적는다. 주무관 아무개라고. 경찰 내 일하면서 보람이다. 각종 잡일, 누군가는 해야 할 잡일을 도맡아할 때도 공문서에 본인의 이름이 찍힌 것을 보면 뿌듯하다. 비록 무기계약직이지만 A씨는 경찰 내 직원의 일환으로 오늘도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 한다. 하지만 어느 날 큰 자괴감에 빠졌다. 뭐든 솔선수범하던 그녀가 경찰 내 인원관리현황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은 그녀가 무기계약직으로 경찰서에 근무한지 꼬박 17년 되는 날이었다. 17년차 경찰 행정업무 수행하면서 대내외 공문 기안해도 자신의 이름이 있는데. 정작 경찰서 인원현황에는 본인이 빠진 것을 보고 무기계약직에 대한 상실감마저 들었다. A씨는 “경찰서가 무너지고 내가 죽어도 인원현황에 내가 없기 때문에 나의 시체는 못 찾을 것이다”라며 “경찰청 무기계약 근로자는 유령”이라고 흐느꼈다.

#2. 지방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B씨는 민원실에서 문서입력과 다양한 잡일을 담당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 주문관은 8명쯤 된다. 요즘 B씨의 가장 큰 소원은 서장님과 간담회를 하는 것이다. 그곳에 근무하는 경찰이나 행정관들은 서장과 간담회를 다 했는데 무기계약직인 주무관 자신들만 안 해서다. 그래서 B씨와 동료들은 서장실로 찾아가 간담회 요청을 했다. 그런데 이들은 서장으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서장은 “주무관들과 같이 식사하며 간담회 했는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었다. 경무계장이 인원현황 올린대로 간담회 돌아가면서 다 했다는 것이다. 서장도 간담회 당시 여직원들은 행정관이고, 주무관들이 배제된 것은 모르고 있었던 거다.

2007년 비정규직종합대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처럼 현장에서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서 내 무기계약직인 주무관들만 봐도 인원현황에 빠져 있어 유령 취급을 받고 있다. 그들이 작성하는 공문서에는 그들의 이름석자가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들은 경찰서 내의 인원현황에는 이들이 빠져 있다. 전쟁이 나도 시체를 찾지 못하는 이유다.

무기계약직들은 부서 이기주의의 설움도 겪는다. 경찰청 워크숍에 무기계약직들이 참석하면 타부처에서 왜 왔냐는 식의 눈치를 봐야했고, 결국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는 게 한 무기계약직원의 얘기다. 이렇게 알아주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아예 무기계약직들이 있는 것조차 모르는 경찰 내 직원들도 많다. 일은 하는데 존재가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유령취급 받았던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강신명 이성헌 전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때도 무기계약직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유령이라는 거다.

일을 해도 티도 안 나는 게 무기계약직원들이기도 하다. 유령 취급을 당하니 일을하고도 실적은 고스란히 경찰 직원들이 챙기기 때문이다.

C 경찰서 무기계약 근로자의 경우 새로운 서장, 경무과장, 계장 또는 서무반장이 바뀌면 인원현황에 있다가 없기도 한다. 경무과 직원이 바뀔 때마다 사람이었다가 유령이었다 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교통에서 근무하는 무기계약 근로자들의 업무 실적은 경찰 직원들이 챙긴다고.

이 같은 무기계약직 차별과 운영행태에 정작 경찰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일색이다.

서울 마포경찰서 경무계 관계자는 무기계약직들이 인원현황에서 빠져 있는 것에 대해 “특별한 게 없는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굳이 답변하기도 꺼려진다는 반응이었다. ckb@kukinews.com

조규봉 기자
ckb@kukinews.com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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