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프레임 이론을 확립한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 교수는 ‘프레임’은 곧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라고 했다. 정치 분야에 있어서의 프레임은 곧 해당 국가의 사회 정책과 정책을 수립하는 제도를 형성하는 중요한 기틀이 된다.
대한민국의 저출산 정책의 프레임 설정은 그런 면에서 잘못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듯 하다. 저출산 정책 방향성이 상당히 ‘후진적’인 의제설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지난 2006년부터 저출산 대책 예산에 80조를 투입했지만,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 중 저출산 대책, 육아정책은 전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세웠다면, 단지 공약의 ‘내용’만을 살펴볼 것이 아니라, 어떠한 프레임과 문제설정을 갖고 공약을 만들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어떠한 시각’과 ‘프레임’으로 보는지가 곧 그 인물의 가치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적어도 차기 대통령이 될 인물의 ‘프레임’ 설정은 한 국가의 명운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대선 출사를 선언하며 내세운 육아정책 1호 공약은 그간의 후보들이 내세운 정책과는 차별성이 있어 보인다. 기존의 문제설정과 틀을 깬 ‘프레임’을 설정했다는 점에서도 많은 여성들에게 박수를 받고 있다.
그가 내세운 이른바 ‘수퍼우먼방지법’ 공약은 저출산 문제를 ‘여성문제’가 아닌 ‘노동문제’의 시각으로 풀어 정책의 명확성이 부각됐다. 심 대표는 공약을 내세우며 “저출산 문제가 왜 ‘여성’문제라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바라보는 시각부터가 잘못됐기 때문에 ‘저출산’ 정책은 실패한 것이다”고 외쳤다. 저출산 문제를 여성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바라보는 그간의 정책적 방향은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간 ‘저출산 정책’이라고 하면 보통 ‘여성’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저출산 정책 또는 육아 정책을 ‘남성’의 초점에서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 여성이 임신부터 출산까지 감내해야 할 10개월의 시간을 넘어서, 남성들 역시 육아의 의무를 함께 지녀야 할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파파쿼터제’는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아빠가 3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하게 한 뒤, 승진에 가산점을 주는 정책을 도입한다면, 육아휴직을 꺼리는 문화가 ‘반드시 해야 할’ 문화로 바뀔 수도 있다. 해당 기업에게도 어드밴티지나 세액 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하고자 할 때, 정부에서는 청년들의 능력 부족이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정책을 만들지 않는다. 사회·경제적 시각에서 청년 실업 문제를 풀어간다. 그렇듯, 저출산 정책 역시 ‘모든 책임을 여성 탓’으로 돌리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 네가티브 정책에서 포지티브 방식의 정책도 도입해야 한다. 파파쿼터제 같은 긍정적 육아휴직 문화가 기업에서 형성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바뀌지 않을까.
조지 레이코프 교수가 말하듯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문장은 결국 ‘코끼리’를 떠오르게 한다. 저출산 정책, 육아 정책 역시 여성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각종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후진적이다. 육아정책은 여자의 문제도 아니고 남자의 문제도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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