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선구자, 토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선구자, 토요타 프리우스

기사승인 2017-03-29 05:00:00

[쿠키뉴스=이훈 기자]  40㎞/ℓ의 연비(일본 기준)를 자랑하는 토요타 프리우스. 프리우스는 라틴어로 ‘앞서가는’이라는 뜻이다. 프리우스로 앞서나간 토요타는 하이브리드로 나날이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판매 중인 토요타 자동차의 절반이 하이브리드 심장을 품고 있다.  토요타의 전 세계 하이브리드 자동차 누적 판매는 900만대를 넘어섰다.

◇하이브리드 방법을 찾아라

토요타의 ‘G21’과 ‘BRVF’는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차를 개발하기 위해 회사 내에서 힘을 합친 두 조직이다. G21은 21세기 지구, BRVF는 업무개혁과 연비절약을 뜻했다.

G21은 양산차 개발, BRVF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연구를 목적으로 만든 팀이다. BRVF에는 EV(전기차) 개발부 엔지니어도 참가했다. 당시 이들은 RAV4 EV를 개발 중이었다.

EV 개발부는 토요타 내에서 하이브리드 기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이론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따라서 모든 방식을 검토한 뒤 그 가운데 최선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찾은 방법이 직렬식과 병렬식의 장점을 아우른 직병렬식이었다. 물론 당시 기술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러나 장차 파워일렉트로닉스(전력을 효율적으로 컨트롤하는 반도체나 전자 회로의 기술)의 진화를 감안하면 성장의 여지가 있었다. 게다가 이 방식엔 기존의 변속기가 필요 없었다. 훗날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후 THS)’으로 불리게 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엔진과 두 개의 전기 모터를 짝짓는다. 첫 번째 전기 모터는 엔진에 힘을 보태고 감속할 땐 발전기로 변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또 하나의 전기 모터는 엔진의 힘을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동시에 엔진의 숨통을 틀 스타터 모터와 회전력을 변화무쌍하게 조절할 변속기 역할도 해낸다. 이 시스템엔 세 동력원을 잇는 가교가 필요하다.

바로 THS의 핵심인 동력분할기구가 주인공이다. 이 장치는 상황에 따라 힘을 이쪽저쪽으로 나누고 또 주고 받는다. 행성(planetary) 기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입력과 출력 축의 방향이 같다. 그만큼 부피를 줄일 수 있다. 배터리와 전기 모터 사이엔 인버터를 배치한다. 직류인 배터리와 교류 동기형인 전기 모터 사이에서 전류를 변환해야하는 까닭이다.

◇순탄치 않은 출발

1995년 10월 도쿄 모터쇼에서 토요타의 G21 팀은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EMS’라는 이름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품은 프리우스였다. 

토요타가 프리우스 시제작차의 완성을 앞두고 있어 경쟁업체들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문제가 속출했다.

G21 팀을 이끈 오기소 사토시는 “1995년 11월 초, 부품을 모아 시제작차를 완성했다. 그런데 처음엔 차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불량의 원인을 찾기위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모든 조합을 살폈다.  무엇보다 두 배의 연비를 달성해야 했다. 또한, 내구성도 확보해야 했다. 양산화를 위한 대응도 시작해야 했다. G21 팀이 못 박은 출시 시기는 1998년 말. 이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서는 개발을 더욱 서둘러야 했다.

G21 팀이 시제작차 완성 이후 처음 움직이기까진 무려 49일이나 걸렸다. 이때도 매끄럽게 움직이진 못했다. 전기 모터로 5m 움직이고 나선 엔진 시동이 걸리지 않고, 500m 움직이나 싶었는데 돌연 멈추는 식이었다.

오기소는 “마치 아이가 걸음마 터득하는 과정을 보는 기분이었다”며 "가까스로 움직이게 했지만 양산화까진 갈 길이 멀었다"고 설명했다. 

◇출시직후 뜨거운 반응… 월 목표 3배 넘는 350대 수

토요타 프리우스는 발표 직후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관심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프리우스는 판매에 나선 지 한 달 만에 월 목표의 3배 넘는 3500대를 수주했다. 출시 당시 프리우스의 가격은 215만엔. 예상보단 저렴했지만 동급 가솔린차와 비교하면 꽤 비싼 편이었다.

프리우스는 2003년 2세대로 거듭났다. 월 판매 목표는 5000대로 상향조정했다. 글로벌 시장을 포함한 실제 판매는 목표를 성큼 웃돈 월 1만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할리우드 스타가 프리우스에서 내려 레드 카펫 걷는 모습이 광고 이상의 효과를 낸 덕분이었다. 그 결과 프리우스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관심도 급격히 치솟기 시작했다.

오기소는 "1세대 프리우스를 기획하고 개발한 엔지니어가 계속 토요타에 몸 담으면서 이후의 진화를 꼼꼼히 챙길 수 있었던 배경"이라며 "20년을 해왔으니 앞으로의 예측도 한결 쉽다. 2014년 연료전지차 미라이 개발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hoon@kukinews.com

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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