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류영진 식약처장 ‘억울함 호소 전에 책임감부터 느껴야’

[기자수첩] 류영진 식약처장 ‘억울함 호소 전에 책임감부터 느껴야’

기사승인 2017-08-24 18:08:57
[쿠키뉴스=송병기 기자] ‘사면초가(四面楚歌)’란 아무에게도 도움이나 지지를 받지 못하고 곤란한 지경에 빠진 상황을 뜻한다. 초패왕(楚霸王) 항우와 한왕(漢王) 유방의 전쟁에서 유래된 말로 유방에게 패한 항우가 사면으로 포위된 상황을 표현한 고사성어다.

최근 열흘 남짓 동안 국민들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달걀로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대책을 내놓고 수습해야 할 정부의 부실한 대응에 국민들은 분통이 터졌고, 언론은 물론 국회에서도 많은 질타를 받았다.

특히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장(首長) 류영진 처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한 발언은 논란을 더 확대시켰다. 취임 1개월이 조금 지난 류 처장의 사퇴요구가 이어지는 등 류영진 처장이 스스로를 ‘사면초가’ 위기에 놓이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우가 유방에게 패한 결정적 이유가 자신에 있듯이,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류영진 처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이어지는 것 또한 류 처장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것이다.

지난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 장을 들여다 보면 왜 류 처장의 언행이 문제가 됐는지, 이제 취임 한달을 넘긴 장관급 관료인 그가 왜 사퇴요구를 받는 등 거취 문제가 불거졌는지 이해가 된다.

이날 국회의원들은 류영진 처장에게 식약처의 대응 문제점과 류 처장의 업무파악 능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사퇴를 요구했다.

앞서 21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류영진 처장의 업무 장악이 늦어지면 거취를 고민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직접 피력하기도 했다. 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도 22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업무보고 자리에서 류 처장에 대해 “초기 업무파악이 부족해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류영진 처장의 22일 국회 발언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국내산 계란에서는 피프로닐이 전혀 검출된 바 없다”, “식약처가 오락가락한다는 건 언론이 만들어낸 말”, “조그마한 신문 몇 군데만 지면 장식해”, “확대 해석된 부분이 있다”, “총리가 (내게) 짜증냈다”, “짜증과 질책은 같은 부분” “(나는) 약간 억울한 부분이 많아서…”.

자신에 대한 비판은 ‘억울하다’는 것이 류 처장의 발언 요지다. 특히 류 처장은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의 사퇴 종용 관련 물음에 ‘웃음’을 보이며 대답하다가 홍 의원으로부터 “지금 웃음이 나오냐, 가소로운 질문이라고 생각하냐”라며 질타를 받았다.

류영진 처장은 지난주 국회 상임위에서 살충제 달걀과 관련해 ‘사과’를 표명했고,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앞선 언행으로 인해 류영진 처장의 고개숙인 사과가 과연 진심일까 의구심을 들게 한다.

한달 전인 7월13일 류영진 처장은 취임식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읽어야 우리처가 가야할 길이 보이고, 국민이 편안하고 안심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우리처가 맡은 바를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과 물질의 출현 등 과학의 발달로 인해 식품안전 위험요인이 증가하면서 국민이 요구하는 안심 수준도 높아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의 한계를 극복하는 열쇠가 국민의 마음을 읽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살충제 달걀 논란속에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믿음을 원한다. 하지만 취임 한달을 조금 넘긴 류 처장은 국민들에게 믿음보다 불신과 불안을 주는 언행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누구의 책임이 아니라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22일 국회에서 출석해 “지난 15일부터 식약처 전 직원이 사태 수습을 위해 충실히 업무 수행을 해왔다”는 류 처장의 발언은 사실이다. 다만 사태 수습을 위해 충실히 업무수행을 한 모든 직원 중 수장인 식약처장이 충실히 업무를 수행했는가에 대해 류 처장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songbk@kukinews.com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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