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네이버의 ‘포털 저널리즘’, 끝 보이나

[기자수첩] 네이버의 ‘포털 저널리즘’, 끝 보이나

기사승인 2017-10-24 05:00:00

우리나라 뉴스 소비의 약 70%는 포털을 통해 이뤄지고 그 중 다시 70%가량은 네이버를 통한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전통 매체에서 온라인으로, 다시 모바일으로 옮겨가는 생활 방식 전환이 가져온 현상으로 ‘포털 저널리즘’이라는 용어까지 낳았다.

그런 네이버가 특정 이익집단의 요청으로 기사 배열을 조작한 정황이 발견돼 사과문을 올리고 사회적 지탄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사회적 의제 설정 기능을 가진 기사에 대한 임의적 편집은 뉴스의 공공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변론의 여지가 없다.

뉴스 시장을 장악한 네이버가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출 매체에 대한 제휴부터 편집까지 과도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해외를 보면 마찬가지로 검색 포털을 장악한 구글이 뉴스 유통에 손을 대고 있고 페이스북과 같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플랫폼까지 자체적인 뉴스 생태계 조성을 시작한 지 오래다. 모두 해당 영역에서 지배적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으로 광고 수익 극대화를 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네이버 역시 이들처럼 뉴스라는 콘텐츠를 장악함으로써 이용자들의 포털 등 서비스 체류시간을 늘리고 이에 따라 광고 노출 효과와 수익성을 함께 제고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다만 네이버 등 국내 포털은 검색부터 콘텐츠 제공까지 여러 단계에 따른 제휴로 매체를 거르는 뉴스 시장의 폐쇄성 강화 역할이 상대적으로 크다.

제휴 등을 통한 콘텐츠 제공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초반부터 강한 주도권을 갖고 ‘울타리’를 높이 쳐뒀다는 점이 특징인 것이다. 제휴 여부가 신생 매체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를 통한 긍정적 효과로는 이른바 ‘가짜뉴스’와 같이 믿을 수 없는 콘텐츠의 무분별한 유통을 억제한다는 점이 있다. 언론사를 비롯한 콘텐츠 제공자 역시 자의적으로 특정 콘텐츠를 남발하는 등의 행위에 제한을 받는다. 셀 수 없이 많은 매체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일종의 ‘질서’를 잡는 큐레이션 서비스 역할인 것이다.

그럼에도 포털에 집중된 권한은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됐다. 대선 등과 관련해 기사 배열 등이 임의로 조작됐다는 의심을 받기 일쑤였으며, 지난 7월에는 네이버와 카카오(다음)의 2015년 기사 노출에 삼성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네이버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특히 삼성 기사 논란 당시 네이버는 “플랫폼의 투명성은 네이버의 핵심가치 중 하나”라며 “신뢰와 직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해 최근 사태에 씁쓸함을 더했다.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 역시 공격 대상이다. 이번 공정위 국정감사에서도 네이버가 시장 지위를 이용해 광고비를 높게 책정한다는 ‘상권 침해 논란’이 어김없이 불거졌으며 공정위도 조사 의지를 내비쳤다.

네이버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말 많던 제휴 언론사 선별 역할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로 넘겼으며 내부적으로는 한성숙 대표가 이끄는 투명성위원회를 통한 상시 점검을 진행해 왔다.

또 2014년부터 관련 기사가 묶여 노출되는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을 적용했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뉴스 추천 시스템 ‘에어스’를 적용하는 등 기사 노출·배열에 사람이 직접 개입하는 비중을 줄여왔다. 지난 17일에는 언론사가 직접 편집·운영하는 ‘채널’을 모바일 뉴스판에 오픈하는 등 뉴스 서비스 개편을 단행했다.

네이버는 최근 개편을 통해 네이버 뉴스 서비스에서 내부 큐레이터에 의해 기사가 배열되는 영역은 20% 이하로 축소됐다고 밝혔다. 기사가 자동 배열되는 비중을 계속 높여나간다는 계획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네이버의 움직임은 비난의 화살을 맞을 부분을 줄여가는 것으로 장기적인 영향력 지속을 꾀하기 위함이다. 역할을 축소한 채 포털 저널리즘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결국 포털 저널리즘은 스스로 해체하거나 개방적 형태로 완전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사람의 손을 거치든, 알고리즘이 적용된 자동화 과정을 통하든, 특정 기준에 따른 일괄적 ‘제어’는 네이버가 포함된 IT업계 중요 가치인 ‘개방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기사 배열 조작 사태가 콘텐츠 제공자인 한 언론사의 폭로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플랫폼 제공자의 절대적 권력이 성립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콘텐츠와 플랫폼의 유기적인 ‘공생’ 관계는 포털 저널리즘이라는 특정 형태에 멈춰있지 않을 것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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