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교 서열화 완화를 목표로 불을 댕겼다. 전기모집이던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의 신입생 선발 전형이 내년부터는 후기모집으로 이뤄진다. 이는 학생 우선 선발권을 박탈한 것으로, 사실상 이들 학교 폐지의 첫 단계에 돌입한 것을 의미한다. “다양성을 강조하는 정부정책과 배치되는 조치”라는 비판과 반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교육부는 “자사고, 외고 등이 우수 학생을 선점해 입시 위주 교육을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대선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이후 잇따른 우려를 정부가 어떻게 해소해나갈지가 주목된다.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2022학년도부터 바뀌는 대입제도와 함께 고등학교 진학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자사고, 외고 등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학생들의 경우 원하지 않거나 먼 거리의 일반고에 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제시돼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과 같이 전기모집을 유지한 과학고나 강남지역 명문 일반고에 우수 학생들이 쏠릴 것이란 예상도 있다. 결국 서열화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련 부작용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책은 필수다. 다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수능 개편 등 성급한 추진으로 낭패를 본 사례는 거울삼아야 한다.
핀란드를 교육 강국으로 만든 바탕에는 한국의 초·중학교 단계를 통합한 교육제가 있다. 핵심은 모든 학생이 수업을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을 위해서는 특별학급을 만들거나 보조교사를 배치한다. 학력이 평균치를 밑도는 학교를 대상으로는 별도 예산을 책정해 지원한다. 여전히 서열과 성적으로 평가하는 우리의 교육은 분명 개혁이 필요하며, 헤쳐 나갈 과제는 넘친다. 자사고, 외고 등의 일반고 전환이 그간 굳어진 일반고의 침체를 일시에 씻을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이 밝힌 고교교육 정상화는 서열을 요구하는 현행 입시제도의 개선, 모든 학생을 인재로 여기며 각각의 재능을 발휘하도록 이끄는 교육현장의 변화 등이 제대로 맞물려야 앞당길 수 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