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게임박람회 ‘지스타(G-Star) 2017’이 지난 19일 막을 내렸다. 개막 전날 포항 지진 여파로 흥행 적신호가 켜졌음에도 지난해보다 2.8% 늘어난 관람객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개막식 직전 지스타 B2C관을 둘러본 첫 소감은 ‘단조롭다’는 것이었다.
먼저 메인 스폰서를 맡은 넥슨이 300부스 규모의 초대형 전시관을 마련했고 넷마블게임즈와 블루홀이 약 100부스씩 차지했다. 넥슨 맞은편에는 액토즈소프트가 300부스 규모로 ‘WEGL 2017 파이널’을 선보였다.
중앙으로는 다른 게임사, 하드웨어 업체들의 부스가 들어섰지만 기존 단일 게임사 전시가 최대 100부스를 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단 몇 종의 초대형 부스로만 구성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메인 스폰서인 넥슨은 자회사에 분배된 부스를 모두 합쳤고 액토즈 역시 아이덴티티게임즈 분까지 합친 대형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가능하면 더 크게 만들고 싶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작정하고 참가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씁쓸함은 가시지 않았다. 9종이나 되는 신작을 선보인 넥슨과 모바일 기대작 4종을 한꺼번에 공개한 넷마블, ‘대한민국 게임대상 6관왕’에 빛나는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를 낳은 블루홀은 분명 ‘주연’이었지만 다양한 ‘조연’들은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올 한해 국내 게임시장을 돌아보면 넥슨, 넷마블, 엔씨라는 거인들이 모바일 플랫폼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것과 블루홀이 침체된 국산 PC온라인 게임에 배틀그라운드라는 희망을 던져준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연매출 1위 ‘맞형’으로 자리 잡은 넥슨이나 지난해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이른바 ‘초대박’을 터뜨린 넷마블의 대규모 신작 공세는 놀라운 것이 아니며 블루홀의 새로운 주인공 부상 역시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반면 최근 중소·중견 게임사들은 물량에서도 흥행 성적에서도 상대적으로 만족할 결과를 보이지 못했고 지스타에도 이렇다 할 기대작을 앞세워 나서지 못했다.
이는 자본과 인적·물적 개발 역량이 넘쳐나는 대형 게임사에 비해 ‘대박’의 꿈을 꾸며 가진 자원을 고갈하고 있는 중소·중견 게임사의 양극화 현상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을 잘나가는 대형 게임사나 또 다른 누구의 잘못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러 ‘가능성’들이 고사할 위기에 있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반길 수 없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