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의 내신 관리 실태를 파헤칠수록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문제가 도마에 오른다. 이제 더 이상 깎아먹을 신뢰가 없을 지경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를 상대로 종합감사를 벌인 뒤 공개한 결과는 새해 벽두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학 입시를 좌우하는 성적을 원칙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손을 댔다가 줄줄이 적발된 것이다.
A사립고의 경우 지난 2014학년도부터 4년간 중간·기말고사에서 141건에 달하는 출제오류를 범했다. 이어 고교 학업성적관리지침을 위반하면서 교장 결재만으로 정답을 바꾸거나 복수정답을 인정했다. 지침에 의하면 정답을 정정하려면 교과협의회와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성적 우수 학생들의 특별반 신청을 유도하거나 자율학습 참여를 강제한 것 역시 지침 위반사항이었다.
B외고는 기말고사 일부 과목의 서술형·논술형 문제를 교사 1명이 혼자 채점하고 점수를 주도록 했다가 적발됐다. 해당 문제들은 교사 2명 이상이 따로 채점을 한 뒤 평균 점수를 부여하는 게 원칙이다. C외고에서도 유사한 일이 드러났는데, 이 학교는 채점 과정에 교사 2명이 참여한 것처럼 답안지 봉투에 서명을 해두는 등 사실을 덮으려고도 했다.
교육청이 이들 학교에 취한 처분은 주의 또는 경고에 그쳤다. 이 같은 성적 관리 행태 속에서 벌어진 학생들의 혼란은 충분히 해소됐을까. 또 잦은 출제 오류와 주관적 채점 등으로 인해 성적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학생부는 ‘누더기’란 별칭이 있다. 그간 무단으로 뜯어고치고, 불리한 기록을 삭제하는 등의 사례가 끊임없이 드러났다.
“학생부 관리 부실은 성적 조작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현행 대학 입시에서 교과 성적을 비롯한 학생부 기록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최근 대학들은 수시모집의 비중을 크게 늘렸고 모집 정원의 상당수를 학종으로 선발하고 있다.
학종의 순기능을 강조하고자 한다면 학생부 관리, 성적 조작에 대해서는 같은 사안이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한 징계가 뒤따라야 한다.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한 성적표를 손에 쥐게 되는 학생들이 더 이상 없어야겠다.
더불어 정부가 제시한 단순하고 공정한 학종 개선안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또 학교나 지역에 따라 발생하는 유불리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반영 요소의 범위를 줄이는 작업을 동반해야 한다는 주장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이어 대학은 평가 기준을 공개해 공교육 정상화에 힘을 실어야 한다. 학생이 최우선이라는 대학이 합격 기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해선 안 될 일이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