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시장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서울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의 희비(喜悲)가 엇갈리고 있다. 이미 안전진단을 받은 단지가 많은 강남은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지만, 안전진단 절차에 들어가지 않은 단지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에서 구조 안전성 비중을 기존 20%에서 50%로 늘리기로 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을 21일 관보에 행정예고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다음달 10일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서울 지역에서는 안전 진단 통과 여부에 따라 지역별 희비가 엇갈렸다. 먼저 안전 진단을 통과한 단지가 많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실제 이미 안전 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아파트는 강남3구에 몰려있다. 서울에서 안전 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아파트 수는 강남(1만7375가구), 송파(1만7001가구), 서초(1만511가구) 순이다.
강남은 다른 지역 아파트의 재건축이 늦춰지고,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가 수가 줄어들수록 희소성이 커져 수요가 더 몰릴 것이라는 계산이다.
반면 강북은 예상치 못한 안전진단 강화 발표에 폭탄을 맞게 됐다. 재건축 연한(30년)을 앞둔 양천구 목동과 신정동, 노원구 상계동 일대 재건축 단지에 비상이 걸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단지 중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가구는 10만3822가구에 이른다. 이중 강남3구를 제외한 나머지 22개 자치구 아파트는 총 8만6255가구(83.1%)다. 안전진단 절차부터 막혀버린 서울 아파트 5가구 가운데 4가구는 비강남권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강북 중에서도 안전진단을 못받은 단지가 가장 많은 목동은 반발이 거세다. 양천구 주민단체인 양천발전시민연대는 긴급토론회를 열어 정부 대책을 비판했다. 양천발전시민연대는 "안전진단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주민간담회나 공청회 없이 일방적으로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한 것은 주민들의 뒤통수를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은 "단기적으로 안전진단 강화는 안전진단 통과로 사업을 추진 중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희소성과 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재건축 사업 탄력의 걸림돌이 생긴 만큼 서울 특히 강남의 수급불균형을 더 심화시킴으로써 또다시 가격급등을 낳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