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 규제가 만들어낸 '로또청약' 부자 특혜

[기자수첩] 정부 규제가 만들어낸 '로또청약' 부자 특혜

기사승인 2018-03-01 05:00:00


최근 강남 주택시장은 봄 분양 성수기 맞아 '로또 청약' 열풍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광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 일대 예비 청약자들 사이에서는 벌써 부터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가능하다는 소문이 퍼지며 열기가 뜨겁다. 이런 로또청약 열풍은 결국 정부의 규제 때문이다. 정부가 주변시세 대비 분양가를 낮추도록 규제 하면서 부자 특혜를 양산하고 있다.

오는 2일 현대건설, GS건설 등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자이 개포'를 분양 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 단지의 분양가가 3.3㎡당 평균 4200만원 안팎에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포8단지가 3.3㎡당 평균 4200만원에 공급된다고 가정하면 전용 84㎡의 분양가는 14억3000만원대다. 인근 전용 84㎡의 분양권이 약 18억~19억원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2~4억원 이상의 차익이 예상된다.

이런 현상은 올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8월 분양한 개포주공3단지 '디에이치 아너힐스'는 3.3㎡당 평균 4137만원에 분양 승인을 받았다. 이 단지 평균 분양가는 업계 예상치 보다 300만원 이상 낮은 가격에 책정됐다. 이에 1순위 청약 64가구 모집에 총 6339명의 예비청약자들이 몰렸다. 평균 청약경쟁률은 100대1로 3자리수를 넘어섰으며 최고 경쟁률은 4자리수인 1198대1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6차 재건축인 '신반포 센트럴자이' 역시 로또 청약으로 열풍을 일으키며 1순위 청약 98가구 모집에 1만6472명이 몰려 평균 168대1, 최고경쟁률 510대 1을 기록했다.

강남에서 로또 청약 열풍을 발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정부 규제 때문이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강남4구와 경기 과천시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최근 1년 내 공급된 인근 단지들의 분양가 보다 10% 이상 높거나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의 최고 평균가 또는 최고 분양가를 초과하는 경우 분양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정부의 규제에 따라 새 아파트가 시세대비 저렴하게 공급 되면서 향후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붙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금융 규제도 문제다. 현재 서울은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의 경우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다. 전용 84㎡를 기준으로 하면 분양가의 절반 이상인 7억~8억원의 현금을 당장 조달할 수 있어야만 청약한 셈이다. 이 때문에 강남 재건축 청약은 수억원의 자금을 조달 할 수 있는 사람들만 참여 할 수 있는 '부자리그'가 되고 있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다. 부자들의 로또 청약 열풍을 부추기면서 부자 특혜를 양산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로 강남은 점점 그들만의 세상으로 벽을 높여가고 있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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