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이 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안 강행처리를 중단하라고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 촉구했다.
서비스연맹은 16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받는 400만 노동자를 배제한 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려 한다”며 “이는 최저임금을 무력화하는 행위다. 최저임금 제도 개악을 막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비스연맹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최저임금을 받는 6536명 노동자가 서명한 의견서를 민주당에 전달했다.
이경옥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최소한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노동법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진숙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은 “최저임금법은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 향상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최소한 가구 생계비를 보장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면서 “국회는 경영계의 요구만 개정안에 반영했다. 기업들이 원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적용하면 임금 인상 효과는 사라진다”고 호소했다.
노동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기본급·직무수당·직책수당 등 매달 1회 이상 정기·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포함한다. 경영계는 상여금·식대·교통비 등 각종 고정수당까지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안에 노동자의 목소리가 배제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기완 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는 오래전부터 재벌들이 노동력을 착취하려고 만든 임금체계”라면서 “국회와 정부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묵살한 채 노동법 개편을 진행 중이다. 노동자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국회가 일방적으로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노동존중 사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이미정(55·여)씨는 “직종·보조수당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면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월급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아울러 기업은 노동자의 근무 시간까지 줄여서 임금 인상을 막으려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최저임금을 받는다는 강정철(44)씨는 “그동안 기업들이 상여금, 각종 수당을 미끼로 임금 인상을 막아왔다”며 “이제는 정부가 최저임금에 기본급 이외 수당을 추가해 최저임금 인상을 의미 없게 만들려 한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곧 경영계 반발을 일으켰다. 이에 정부는 사업주들의 반발을 완화하고 경제 전반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을 추진 중이다. 또 최저임금위원회의 제도개선 TF는 정기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안을 지난해 12월6일 발표했다. 하지만 경영계와 노동계 간 견해차로 합의 도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심유철, 김도현 기자 tladbcjf@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