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신문고] 신약 출시 6개월인데 바라보다 지친 절망감

[건강 신문고] 신약 출시 6개월인데 바라보다 지친 절망감

기사승인 2018-04-24 09:49:36
글·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백민환 회장

[쿠키 건강칼럼] 다발골수종은 완치가 어렵고 재발이 반복되는 혈액암이다. 다발골수종이 무서운 이유는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재발 시 더 이상 사용 가능한 치료제가 없을 때 바로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발골수종은 재발 시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는지 여부가 환자의 생사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지난 해 다발골수종의 마지막 치료제였던 포말리스트에 재발 또는 불응한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새로운 치료제인 다잘렉스라는 약이 새로 허가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다잘렉스가 허가되고 출시된 지 어언 6개월이 지났지만 급여 소식은 여전히 깜깜 무소식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우리와 같은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해 신속하게 신약의 급여가 가능하도록 도입한 제도가 바로 ‘경제성평가 면제 특례제도’다. 그러나 다발골수종의 경우 오히려 이 제도가 급여를 가로 막고 있다.

경제성평가 면제 특례제도를 통해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해 질환의 중대성을 평가 받고 이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다발골수종의 4차 치료제인 다잘렉스 급여 승인 안건은 암질환심의위원회로부터 재차 거부당했다.

다발골수종환우회장으로서 당연히 그 이유가 궁금해 문의하였으나 돌아오는 것은 실망스러운 답변뿐이었다. 구체적인 사유를 알려 주지 않을 뿐 더러, 관련 회의록은 공개조차 어렵다고 하니 투명하고 공정하게 논의가 되었는지 하는 의문이 든다.

해외의 경우, 실제 해당 질환 환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환우회 대표가 논의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진행방식과 매우 대조적이다.

심지어 다잘렉스는 임상적인 효과와 유효성을 경험한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들이 환자들에게 쓰려고 하는 치료제로 알고 있다. 그러나 무슨 이유로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조차 승인이 되지 않고 있는지 우리 환자들은 하루하루를 암흑 속을 걷고 있는 심정이다.

현재 포말리스트에 실패한 많은 다발골수종 환자와 그의 가족들이 마지막 치료옵션인 다잘렉스의 급여 승인만을 절박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청원만 600건이 넘어가고 있다. 다발골수종 환자들이 이렇게 목메어 신약 보험급여를 기다리는 이유는 신약을 쓰지 못할 경우 평균 기대여명은 수 개월 만에 죽음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희귀질환자를 위한다던 ‘경제성평가 면제 특례제도’는 누구를 위한 제도이며, 누구를 위한 법이란 말인가? 신속한 신약급여만이 환자를 위한 길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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