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대기시간 끝에 받는 ‘3분 진료’는 환자들의 큰 불만이다. 자리에 앉은 지 1~3분만에 진료 끝났다고 하니 혹 놓친 부분은 없을까 조바심이 들기도 하고, 큰 병은 아닌지, 더 주의해야 할 사항은 없는지 궁금한 점도 많아진다.
의료계는 짧은 진료시간의 근본적인 원인을 ‘저수가’ 환경이라고 말한다. 의료수가가 낮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수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원가의 69%에 불과하고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OECD 11개 국가의 의사 평균 진료시간은 17.5분으로 우리나라와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에 정부는 진찰료를 더 내고 심층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료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심층진찰 시범사업은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한 중증·희귀 질환자 진료시간을 15분 가까이로 늘려, 의사와 환자가 질환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심층진찰료는 서울대병원 기준 9만3980원이다.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본인부담 25%가 적용돼 2만3495원만 내면 된다. 일반 환자 진찰료는 본인부담이 100%로, 1만8800원이 발생된다. 여기서 ‘15분’이라는 시간은 18분 이상 진료를 해야 환자의 질병 이해도와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등에 따른 것이다.
심층진찰을 받은 환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서울대병원이 시범사업에 참여한 교수와 내원 환자를 조사한 결과, 심층진찰을 받은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진료시간, 치료과정, 외래진료 등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에 만족했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충분한 진료시간의 보장이 환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만족도를 높이는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층진료를 한 의사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참여 의사들은 심층진료 후 환자와의 신뢰감, 일체감을 더 느낄 수 있었다고 답했으며, 환자의 질병 이해도도 높아졌고 의사결정 과정을 공유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의료 질도 높아졌다고 했으며, 직업에 대한 전문성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답한 비율도 높았다. 15분의 진료시간이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환자와의 소통, 나아가 의사의 직업의식을 고취시키는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결과를 보니 의문이 생긴다. ‘심층진찰료’를 내지 않는다면 낮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일까? 진찰료를 더 내고 15분 동안 진료를 하는 것이 심층진료라면, 그렇지 않은 일반 진료는 어떤 진료인 것일까?
한 전문의는 기자에게 “심층진찰료 제도 시범사업 시행 이후 환자가 오면 추가 비용에 대해 설명하며 심층진료를 받을 것인가 여부를 묻는다. 일부는 받지 않겠다고 한다”며 “15분 진료를 안 한다고 해서 심층진료를 하지 않아야 하는지, 일반 진료는 표층진료인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그의 말을 곱씹어보니 ‘심층진찰료’에 대해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하나는 3분 진료를 하는 의사의 직업의식을 의심하게 만든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15분’이라는 진료시간을 정해 심층진찰이라고 정의한다는 점이다. 이는 ‘진료시간’이 의료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거나 추후 의사와의 ‘신뢰감’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등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5월 중에는 심층진찰료 제도가 동네의원으로까지 확대된다고 한다. 최소한 ‘시간’이 의료 질을 평가하는 지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